나흘간의 공식 일정을 마치고 9일(현지 시간) 막을 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은 물리적 형태를 가진 모든 기기가 인공지능(AI)을 만나면 폭발적 확장성을 보이는 ‘피지컬 AI’ 시대를 활짝 열어제쳤다. AI로 가상세계(디지털트윈)에서 학습한 자율주행 모델 ‘알파마요’의 등장은 수억 ㎞의 도로를 달리며 데이터를 쌓아야 했던 로보택시의 기술 장벽을 허물었다. AI는 스마트글라스로 이동해 증강현실(AR)·확장현실(XR)을 구현하며 스마트폰을 대체할 미래를 보게 했고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 이상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통해 가정과 일터에서 삶의 동반자가 될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자율주행의 혁신 ‘알파마요’ 등장=AI 칩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를 발표하며 전 세계 모빌리티와 IT 업계에 충격을 던졌다. 엔비디아는 디지털트윈에서 학습한 주행 데이터로 스스로 추론하며 운전하는 업계 최초의 ‘비전언어행동모델(VLA)’을 내놓고 올 1분기 실제 도로 주행을 예고했다. 지난해 자율주행 플랫폼 코스모스(COSMOS)를 공개한 지 1년 만에 모든 완성차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자율주행 솔루션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실제로 세계 3위 완성차 그룹을 이끄는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회동하며 자율주행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현실이 된 AR ‘스마트글라스’=이번 CES에서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스마트글라스의 전국 시대가 열렸다. 메타는 윈(Wynn)호텔에 일반 뿔테 안경 크기의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체험관을 만들어 관람객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CES 2026에서 혁신상을 받은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XR은 퀄컴 부스에 등장해 수천 명의 관람객들이 체험에 나섰다. 한국 기업인 뷰직스가 라온텍의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글라스를, P&C솔루션도 군대 및 산업 특화용으로 개발된 스마트글라스를 각각 선보였다.
◇삶의 동반자가 될 휴머노이드=한국과 미국·일본·중국 기업들은 가사 노동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고 산업 현장에서 업무를 대폭 줄여줄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거 시연했다. 미국 스위치봇은 시각과 촉각 정보를 결합해 물체를 잡거나 문을 여는 등 접촉 기능이 향상된 가정용 휴머노이드 ‘오네로(onero) H1’을 공개했다. 일본의 엑세라로보틱스는 독자 개발한 ‘유스킨(uSkin)’ 기술을 적용한 로봇손을 선보였다. 3차원(3D) 촉각 센서를 통해 로봇이 물건을 쥐는 동작을 넘어 손안에서 도구를 섬세하게 다루도록 만들었다.
중국 유니트리는 4900달러(약 710만 원)가량의 양산형 휴머노이드 ‘R1’과 복싱 로봇 등을 공개하며 관람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반응속도가 0.02초인 싱가포르 기업 샤르파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 탁구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LG전자(066570)는 ‘가사 노동 제로’를 예고하며 가정용 로봇 ‘클로이드(CLOiD)’가 빨래를 개고 냉장고를 쓰면서 설거지를 돕는 모습을 시연했다. 휴머노이드의 백미는 현대차그룹 산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였다. 인간과 비슷한 자연스러운 동작들로 다양한 작업을 거뜬히 소화한 아틀라스는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더 똑똑해진 AI 가전·헬스케어=가전은 지능을 가진 피지컬 AI로 진화했다. 삼성전자는 ‘더 퍼스트 룩’ 전시에서 대화형 AI 가전을 대거 선보였다. 스포츠 경기를 보는 도중 “누가 이기고 있나”라고 물으면 진행된 경기 상황을 분석해 제시하고, 요리 영상을 보다가 “레시피를 알려줘”라고 하면 AI가 즉시 요약해 답했다.
LG전자도 ‘공감지능’ 가전을 앞세웠다. LG 시그니처 냉장고는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AI 음성인식 기능으로 고객의 대화를 이해해 최적의 기능을 제안했다. AI가 더해진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는 개인 주치의 수준으로 발전했다. 변기가 사용자의 소변을 검사해 질병을 진단하고, 휴대용 뇌 스캐너인 ‘드래곤플라이’와 같은 혁신 제품들이 쏟아졌다.
CES 현장을 둘러본 한 대기업 CEO는 “TV와 가전·로봇까지 모두 AI를 기반으로 ‘초연결’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미래 시장은 피지컬 AI를 쓰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가장 잘 이해하는 기업들이 앞서나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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