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한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에 지난해 12월 외환보유액이 전월 대비 26억 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2월을 기준으로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 이후 28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달러 매도 조치에도 불구하고 새해 들어 원·달러 환율은 또다시 오름세(원화 가치 하락)를 나타내고 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80억 5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26억 달러 줄어 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는 지난해 말 1480원대까지 치솟은 환율 관리를 위해 본격 실행된 당국의 시장 개입 영향으로 분석된다. 외환 당국은 당시 고강도 구두 개입 메시지를 낸 뒤 보유한 달러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적극 개입했다. 시장은 외환 당국의 실제 달러 매도 규모가 외환보유액 감소 폭인 26억 달러를 상당 폭 웃돌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한은과 외환스와프를 활용해 환 헤지를 가동한 것도 감소 요인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이 외환스와프 계약에 따라 국외 자산 매입에 필요한 달러를 한은으로부터 빌려 조달하면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은 줄게 된다. 통상 연말에는 금융기관이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한은에 외화예수금을 맡기면서 달러가 늘어나는데 올해는 환율 안정 조치로 달러를 풀면서 보유액이 줄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조치에도 환율 안정 효과는 일시적이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실제로 개입 전 1484원 수준이던 환율은 지난해 말 1429원대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반등해 최근 4거래일 동안 15.7원 올라 이날 1445.5원에 마감했다. 12월 30일 연말 종가(1439원)와 비교하면 6.5원 오른 수치다.
일각에서는 환율 관리를 명목으로 외환보유액을 많이 쓰면 외환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세계 9위 수준이지만 환율 관리를 위해 달러를 시장에 투입하는 패턴이 반복될 경우 적정 수준의 외환보유액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연간 최대 200억 달러 규모로 예정된 대미 투자까지 고려하면 외환보유액 관리에 추가적인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은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여러 차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금(IMF) 정성평가 기준에서도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해왔다. 아울러 8일부터 금융기관의 초과 외화 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는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추가 외화 유입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19일 개최된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은 “향후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가 재개될 경우를 대비한 제도”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에 일시적으로 빌려줬던 달러를 외화 유입을 통해 대체해 외환보유액을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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