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가 역(逆)성장하면서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을 쓴 독일에서 “한국 경제가 독일과 닮아가고 있어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가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 비해 공장을 돌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에 대한 수출 경쟁 민감도가 높아 대외 충격에 쉽게 흔들린다는 점에서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요아힘 나겔 독일 분데스방크(연방은행) 총재는 1일 한국을 방문해 연세대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나겔 총재는 강연에서 한국과 독일 경제의 유사성을 일일이 열거하며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2023년 기준)에 따르면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독일 18%, 한국 24%로 회원국 평균(13%)을 크게 웃돈다. 그는 “양국 모두 글로벌 공급망에 묶여 있어 미중 갈등이나 통상 질서 변화가 경제에 즉각적인 충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에너지의 85% 이상을 해외에서 들여온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독일 제조업이 흔들렸는데 한국도 구조적으로 동일 리스크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저출생에 따른 노동 공급 축소와 확장 재정도 구조적 약점으로 지목했다. 그는 “인구구조 고령화와 재정 부담 증가는 시간이 갈수록 한국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며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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