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의 운영재단인 한양학원이 외부 자본에 이사 선임 권한을 포함한 이사회 운영권을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양학원은 유동성 악화 문제로 올 6월 알짜 자회사인 한양증권(001750)을 2204억 원에 매각한 바 있다. 사립학교법상 학교법인 매매는 금지돼 있지만 이사 선임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운영권이 이전될 수 있어 사실상 재단 자체가 시장에 나온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양학원은 재단을 새로 운영할 투자자를 조용히 물색하고 있다. 이사회 운영권 가치는 약 3000억 원 수준이 거론된다. 한양학원이 가업으로 이어온 재단 운영권을 내려놓게 된 배경에는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있다.
현재 재단을 이끄는 김종량 이사장은 한양대 설립자인 고(故) 김연준 전 이사장의 아들로 2대째 한양학원 운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1993년 한양대 총장에 오른 뒤 18년간 대학을 이끌었고 2011년부터는 학교법인 이사장으로 재단과 대학의 핵심 의사 결정을 책임져왔다.
물류투자 수천억 손실 떠안아…계열사 넘어 재단까지 위기 번졌다
한양학원의 재무 부담이 본격화된 출발점은 계열사가 참여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서 제공한 보증이 문제로 떠오르면서다. 한양산업개발 등 계열 회사들이 여러 PF 사업에 신용보강과 연대보증을 서왔고 이 보증 부담이 상위 법인으로 옮겨붙으면서 재단의 재무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한양학원은 대학 수입에서 등록금 비중이 높아 외부에서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구조다. 2023년 기준 한양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54.6%로 대학 평균(51.4%)을 웃돈다. 사립대는 법적으로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사립대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은 올 10월 말 기준 100.6%로 1년 전(97.0%)보다 3.6%포인트 증가했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교육용 자산을 제외한 건물·토지 등 학교법인이 수익 창출을 위해 보유하는 재산이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일수록 재정 보완 수단이 필요해지면서 부동산·기숙사·물류시설 등 수익형 자산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양대처럼 의대·대학병원과 대규모 전임교원 조직을 보유한 사립대는 연금·4대보험·퇴직급여 등 법정부담금 성격의 비용만 해도 매년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편인 한양대 재정 구조를 감안하면 이런 고정성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수익 사업이나 투자 수익에 대한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양학원도 수익 기반 확충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자체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김종량 한양학원 이사장의 외조카가 주도한 물류센터 개발 PF 투자가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재단이 직접 자금을 투입한 것은 아니지만 계열사들이 보증 제공자로 참여하면서 PF 위험이 재단 재무 사정과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김 이사장의 외조카가 관여한 자산운용사는 6개 펀드를 통해 물류 시설, 상업용 부동산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들은 초기에는 높은 임대 수요와 개발 기대감으로 자금이 조달됐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상승, 사업 일정 지연이 맞물리면서 수익성 확보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로 인해 PF 자금 회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고 계열사가 제공한 보증액이 재무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됐다.
한양산업개발이 제공한 PF 관련 보증 규모는 5024억 원에 달한다. PF는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사업이 지연되거나 수익 회수가 차질을 빚을 경우 선보증금이 손실로 전환되는 위험이 있다. 이 금액은 현재 우발부채로 분류돼 있으며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면서 계열사 재무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 부담은 한양산업개발에만 머물지 않았다. 보증과 관련한 위험 인식은 지배회사인 백남관광으로 이어졌고, 다시 최상위 법인인 대한출판의 유동성에도 영향을 주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대한출판은 학교법인 한양학원과 직접 연결돼 있는 만큼 사업 단위에서 발생한 PF 부담이 재단까지 전파된 셈이다. 즉 PF 보증이 ‘한양산업개발→백남관광→대한출판→ 학교법인 한양학원’으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 안에서 재단 재무 리스크로 인식됐다. 국내 한 사립대 재단 관계자는 3일 “출발점만 놓고 보면 재단 재정을 보강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명분은 있었을 것”이라며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보증 부담이 계열사에 전이됐고 결국 재단의 재무 판단까지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재무 부담이 누적되자 한양학원은 지난해부터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올 6월 알짜 금융 계열사였던 한양증권 지분을 매각해 2204억 원을 확보한 바 있다. 앞서 한양증권은 백남관광을 통해 보유하고 있던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과 한양증권을 묶어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해 무산됐고 결국 한양증권만 사모펀드(PEF) KCGI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일시적으로 운영자금을 확보했지만 PF로 인한 재무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결국 재단은 더 이상 단독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 외부 자본 유치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약 3000억 원 규모의 자본 투입을 조건으로 이사 선임권을 이전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법인은 법적으로 매매가 금지돼 있지만 이사 교체 방식으로 운영권이 사실상 바뀌는 구조가 가능하다. 이사 선임권은 재단 의사결정 권한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사진 변동은 실질적 운영 주체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양학원의 운영 주체가 바뀌면 한양대의 의사결정 체계와 재정 운용 방식 등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약 3000억 원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서울 도심 4성급 호텔인 프레지던트호텔 매각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가 관여한 물류 투자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재단 전체의 재무 부담을 키운 ‘방화선’ 역할을 했다”며 “한양증권 매각으로 숨통을 트는 듯했지만 계열사 재무 부담이 누적된 탓에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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