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그룹 내 인공지능(AI) 사업을 맡고 있는 SK텔레콤·SK AX·SK 브로드밴드의 수장을 ‘현장 중심형’으로 일제히 교체하고 ‘돈 버는 AI’ 사업을 본격화 한다. 특히 올해 해킹 사고로 큰 타격을 입은 SK텔레콤에는 앞으로 AI 시대에 더욱 중요성이 커질 ‘거버넌스’ 전문가를 앉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 그룹은 최근 예년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 그룹 CEO 및 임원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현장형 리더’다. 특히 SK텔레콤 사장에는 판사 출신 정재헌 최고거버넌스책임자(CGO)를 발탁해 주목 받았다. 사법연수원 29기 출신인 정 사장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국장을 역임한 후 2020년 SK텔레콤에 합류했다.
2024년부터 SK텔레콤의 대외협력 부문을 총괄했고, SK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 위원장도 맡아 그룹 전반의 경영 시스템을 선진화 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SK텔레콤이 정 사장을 발탁한 것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과 ‘AI 데이터센터’ 등 현재 SK텔레콤이 추진 중인 핵심적인 AI 프로젝트가 고객 신뢰라는 근간을 튼튼히 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 1위 통신 사 자리를 지켜 온 SK텔레콤은 올해 초 발생한 사이버 침해 사고로 이용자들이 경쟁사로 이탈하며 타격을 입었다. 해킹 여파로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90%나 감소했다. 다시 말해 유영상 전 사장이 수년 간 빌드업한 ‘AI 컴퍼니’를 고객 신뢰 및 경영 안정화를 통해 ‘돈 버는 AI 컴퍼니’로 만들어야 하는 게 그의 임무다.
SK브로드밴드 사장에는 김성수 유선·미디어사업부장이, SK AX는 김완종 최고고객책임자(CCO)가 새 CEO로 각각 선임됐다. 김성수 부장은 30년간 SK그룹에서 일하며 유료 방송 시장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AI 추천, 개인화 광고 등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탐색한 ‘마케팅통’이다. 특히 AI 기반의 초개인화된 미디어 포털 서비스를 출시하며 서비스 혁신을 이끌어 왔다. 김완종 CCO는 그룹 내 AI 플랫폼 및 데이터 컴퓨팅 사업을 총괄하며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 왔다. SK그룹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국가급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동안 SK브로드밴드와 SK AX가 실제로 ‘성과 내는 AI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삼각 편대를 구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그동안 SK AX에서 AI 사업 관련 밑그림을 그린 윤풍영 사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ICT 계열사의 AI 사업에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인프라나 서비스 등 특정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AI와 관련한 모든 프로젝트를 전방위적으로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라며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ICT 계열사의 3명의 신임 CEO는 3일 예정된 SK AI 서밋에 총출동한다. 정 신임 CEO는 이 자리에서 ‘AI 인프라 전략의 넥스트: AI 인프라 수퍼 하이웨이 2.0’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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