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최 모 씨는 요즘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 중소기업에 다니던 아내가 최근 희망퇴직 대상에 올라 퇴사 여부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퇴직하면 한 달 200만 원에 달하는 아이의 영어 유치원 학비를 대기도 막막해지는 상황이다. 그는 “삶이 벽에 가로막힌 것 같아 답답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와 국가 경제의 허리인 40대가 흔들리고 있다. 가정에서는 자식과 부모 부양을 책임지는 주체이고 직장과 조직에서는 핵심 인력이지만 주요 경제·사회 통계에서 보여지는 지표는 이들이 느끼는 압박감을 한눈에 보여준다. 미래를 이끌 청년과 100세 시대 노년층을 위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경제의 중심축인 40대를 지탱해줄 수 있는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고용 및 가계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가장 경제활동을 활발히 해야 하는 연령이 40대인데 일자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40대 일자리는 전년 동기보다 10만 개 줄었다. 2018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 폭이다. 30대(6만 4000개), 50대(2만 1000개), 60대 이상(19만 7000개)이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특히 고용 유발이 큰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감소 폭이 컸다.
일자리가 감소하면 소득도 줄 수밖에 없는데 내 집 마련, 자녀 부양을 위한 지출은 늘어나면서 빚은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0대 1인당 가계대출 평균 잔액은 올 2분기 기준 1억 2100만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대 8450만 원, 50대 9920만 원보다도 압도적으로 많다. 2년 전 대비 증가 폭도 7.3%로 30대(6.6%), 50대(0.4%)보다도 크다.
특히 일자리가 불안정한 것으로 여겨지는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해 3분기 가구주 연령이 40대인 가구의 사업소득은 107만 4000원으로 1년 전보다 16만 2000원(13.1%) 감소했다. 40대 자영업자 상당수가 도소매업에 종사하는데 내수 부진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희망퇴직의 주요 타깃도 40대로 내려오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주로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이제는 40대까지 신청을 받고 있다. 신한카드는 최근 실시한 희망퇴직 연령 대상을 1979년생까지 확대했다. 그나마 괜찮은 직장으로 통하는 대기업에서도 40대 이상 희망퇴직 공고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 압박은 자연스레 심신불안, 가정 불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40대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26%)이었다. 자살이 암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0대에서 이혼 건수가 다른 연령 대비 많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기준 40~44세 남자 인구 1000명 중 이혼 건수는 7.1명, 45~49세는 7.2명으로 30~34세(3.3명), 50~54세(6.6명)를 훨씬 앞지른다. 여성도 40~44세가 8.0명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건강 측면에서 적신호도 확대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주요 결과’에 따르면 40대 남성의 비만 유병률이 61.7%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11.5%포인트 늘었을 뿐 아니라 이 조사를 시작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30대(49.1%), 50대(48.1%) 남성 비만율이 같은 기간 1.3%포인트, 1.8%포인트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는 각종 경제·사회적 부문에서 40대들이 힘들어지고 있는데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는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정부부터 현재까지 금융·주택·일자리 등의 부문에서 청년 위주의 대책만 쏟아질 뿐 40대는 소외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우선 정부가 청년의 내 집 마련과 자산 형성을 위한 전용 대출 및 적금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40대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주택의 경우도 만 39세까지는 청년 특별공급을 통해 공공주택 우선 분양을 노려볼 수 있지만 40대로 넘어가는 순간 이 같은 기회는 차단된다. 또 청약 가점제도 신혼부부 등에 더 유리한 구조라 40대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한창 일할 나이의 40대를 위한 맞춤형 일자리 대책도 부재하다. 반면 65세 이상을 위한 노인 일자리는 2023년 10월 관련법 제정 이후 예산이 대폭 증액되는 등 해가 갈수록 더 많이 창출되고 있다. 40대 일자리 대책은 문재인 정부 시절 검토된 적은 있지만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엄상민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청년과 노인에게 집중된 정책을 고쳐 40대가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핀셋 대책과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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