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행진 중인 금 가격과 달리 채권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주가는 바닥을 기고 있다. 최근 외국인이 대규모로 국채 선물을 순매도하고 있는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가 옅어지며 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가 다시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최근 한 달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 ETF는 -1.8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채권형 ETF 중 수익률 최하위에 해당한다. 이 ETF는 잔존 만기 30년 국고채의 원금이자분리채권(스트립채권)을 주로 편입하는 투자 상품이다.
해당 상품 외에도 국고채 30년물을 편입하는 ETF 수익률은 모두 부진했다. 기초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목표로 하는 액티브 상품인 ‘KIWOOM 국고채30년액티브’와 ‘PLUS 국고채 30년액티브’ ETF는 각 -1.29%와 -1.3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상승에 실패했다.
30년물과 함께 장기물로 분류되는 국고채 10년물 ETF의 수익률도 마이너스를 가리켰다. ‘RISE 국채선물10년’ ETF는 최근 한 달 동안 가격이 0.93% 하락했다. 동일 유형의 ‘KODEX 국채선물10년’ ETF 역시 같은 기간 -0.94%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이는 국고채 금리가 다시 뛴 영향이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960%를 가리키며 올해 최고치를 다시 썼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1일 2.771%에서 19일 2.673%까지 하락한 뒤 이후 8거래일 동안 28.7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 국고채 30년물 금리 역시 지난달 19일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19일 이후 전날까지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14.8bp 급등하며 올해 최고치를 다시 썼다. 이날은 전날 대비 소폭 하락한 2.2829%를 기록했다. 단기물인 3년물 국고채 금리 역시 같은 기간 상승 곡선을 그리며 현재 한국 기준금리 2.50%를 웃돌았다.
국내 기준 금리 인하가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가 투매를 부추겼다. 현재 시장에서는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 중이다. 미국의 경우 고용 지표를 두고 연준 내에서도 해석이 엇갈리면서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는 집값 상승이 발목을 잡고 있다. 좀체 꺾이지 않는 부동산 시장 과열 때문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다음 달로 밀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가계 부채 증가세는 어느 정도 억제되고 있으나 주간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가 상승해 부담으로 작용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외국인은 지난달 19일부터 전날까지 국고채 선물 14조 7204억 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지난달 24일 하루 동안에만 4조 4815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달 1일부터 18일까지 국채 선물 6조 7947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던 것과는 확연히 대조적인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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