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높을수록 광합성이 활발해진다. 특히 800~1000ppm 구간에서 최적의 성장을 보인다. 그러나 현재 대기 중 CO₂ 농도는 약 400ppm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CO₂를 포집해 작물에 공급하는 기술 개발은 농업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스마트팜 혁신과 탄소 네거티브 실현을 위해 시급한 과제다.
최근 국내 산학연 연구진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마트팜 현장에서 설치 제약 없이 대기 중 CO₂를 직접 농축·공급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KAIST·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과 함께 ‘직접 공기 포집(DAC)’ 기술을 공동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이를 기반으로 2026년 소형 DAC 설비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일반적인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은 산업 현장에서 배출되는 고농도 탄소를 대상으로 하지만 발전소·공장 등 특정 장소에만 설치가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DAC 기술은 대기 중 저농도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 때문에 장소 제약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방식은 액체 흡수법과 고체 흡착법으로 나뉜다. 액체 흡수법은 알칼리 용액에 공기를 통과시켜 CO₂를 흡수한 뒤 가열해 이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운전이 가능하지만 부식·폐수 발생 문제가 있다. 반면 고체 흡착법은 흡착제 필터를 이용해 CO₂ 분자만 선택적으로 포집하는 방식으로 소형화가 가능하고 에너지 소모가 적다.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액체 흡수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체 흡착 기반 소형 DAC 설비를 설계·제작했다. 이 설비에는 최민기 KAIST 교수팀이 개발한 고체 흡착제와 박용기 화학연 박사팀의 장치 설계·제작 기술이 결합됐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이를 제품화해 소형 설비로 구현 중이다. 최 교수팀은 2016년부터 흡착제 연구를 본격화했으며 이번에 개발된 흡착제는 DAC뿐 아니라 화력발전소 배기가스 포집에도 적용 가능하다. 기존 대비 흡착 성능, 경제성, 장기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박 박사팀은 발전소·제철소의 탄소 포집 연구 경험을 활용해 반복적인 고농도 CO₂ 포집이 가능하도록 온도·압력 조건을 최적화했다.
소형 DAC는 기존처럼 인위적으로 CO₂를 생산·공급하는 방식과 달리 대기 중에서 직접 포집해 고농도로 농축한 뒤 작물에 공급한다. 이를 통해 농업 현장에 친환경적이면서도 비용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현재 경북 상주 스마트팜혁신밸리에 설치된 1세대 DAC 장치는 토마토 재배 환경에서 성능 검증을 마쳤으며 CO₂농도를 600~700ppm까지 높였다. 연구진은 성능 개선을 통해 향후 CO₂농도를 800~1000ppm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또한 미세조류를 포함한 다양한 작물에도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영국 한국화학연 원장은 “이번 기술은 공공 연구기관, 대학, 기업이 협력해 농업 현장에서 실제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스마트팜 생산성 향상과 함께 탄소 저감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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