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투자의 창] 일본 증시, 사상 최고치의 의미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




지난해 2월 22일 니케이225 지수는 1989년 이후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당시 일본 증시의 상승 배경은 마이너스 금리와 엔저라는 파격적인 정책이었다. 이달 니케이225는 역대 최초로 4만 5000선을 돌파하며 불과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주목할 점은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하고 정책금리를 0.5%대로 정상화했으며, 엔화 역시 달러 대비 145~150엔 수준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작년 상반기 대비 2% 가까이 절상된 상태다. 과거의 두 축이었던 초저금리와 엔저는 사라졌지만 증시는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는 외생 변수에 의존하지 않고 안정된 금리와 환율, 임금과 소비가 작동하는 정상적인 경제 구조 속에서 성장이 가능하다는 신호로 읽힌다.

실물경제의 흐름도 긍정적이다. 올해 2분기 실질 성장률은 전년 대비 1%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0.4%)를 크게 웃돌았다. 전기 대비로도 0.3% 증가하며 5분기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민간소비는 0.2% 늘었고 기업투자는 1.3% 증가했으며, 순수출 역시 플러스 기여를 했다. 세 축이 균형을 이루며 성장세를 뒷받침한 것이다. 물가 역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7% 상승하며 3개월 연속 하락했고, 9개월 만에 3% 아래로 내려왔다. 우려가 컸던 실질임금도 0.5% 상승으로 7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금리 인상과 엔화 강세, 관세 전쟁이라는 불안 요인 속에서도 경제 선순환이 작동하고 있단 뜻이다.



일본 증시의 또 다른 핵심 요인은 워렌 버핏의 종합상사 투자다. 버핏은 2019년부터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해 2020년에는 각 사 별로 5% 이상을 보유했다고 공식화했다. 초기에는 낮은 밸류에이션과 안정적인 배당을 고려한 교과서적인 투자로 평가 받던 그는 최근에는 10% 이상 지분을 확보하며 주요 주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이사회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주주환원 정책 협상력을 높이는 위치로 해석된다. 나아가 일본의 지속적인 지배구조 개혁과 투명성 확보 노력에 신뢰를 갖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실제로 버핏의 추가 매입 발표 이후 종합상사 주가는 시장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이번 최고치 경신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일본 증시의 사상 최고치는 단순한 기술적 이벤트가 아니다. 일본은 10년 이상 확장적 재정과 전례 없는 통화정책을 통해 펀더멘털 기반을 다져왔고 팬데믹 이후에는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자본시장 개혁을 추진해왔다. 워렌 버핏과 같은 투자자가 장기적인 지분 확대에 나선 사실은 일본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입증한다. 정책적 방향, 펀더멘털의 회복, 그리고 지배구조 개혁이라는 세 박자가 맞아떨어진 가운데 나타난 사상 최고치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의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