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 증시에서 연간 기준으로 ‘사자세’로 돌아서면서 3년 연속 ‘바이 코리아’ 가능성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다시 돌파하는 원화 약세에도 외국인은 대규모 매수에 나서며 지수 반등을 견인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총 7조 4373억 원을 사들였다. 지난달에는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실망감,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넉 달 만에 매도 우위를 기록했으나, 본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고 정책 모멘텀이 되살아나면서 9월 한 달 동안 6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매수 우위를 기록하며 순매수 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는 한 달 새 7.49% 상승하며 3400선을 돌파했고 3500포인트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
외국인 수급의 월별 흐름도 연초 대비 뚜렷하게 달라졌다. 올해 1~4월 외국인은 각각 9352억 원, 3조 7026억 원, 1조 6665억 원, 9조 3552억 원을 순매도하면서 코스피를 외면했다. 이후 새 정부 출범 기대감 속에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5월(1조 1166억 원), 6월(2조 6926억 원), 7월(6조 2810억 원) 순매수를 이어갔다.
남은 3개월 동안 이 같은 흐름이 유지되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3년 연속 순매수 흐름을 이어가게 된다. 외국인은 2021년 25조 6011억 원, 2022년 6조 8066억 원 등 대규모 ‘팔자’를 이어갔지만 2023년 11조 4241억 원을 사들이며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해 1조 2793억 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올해 역시 9월 말까지 2994억 원 ‘바이(buy)’를 기록 중이다. 특히 9월에는 국내 시가총액 1, 2위 종목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에 각각 4조 9272억 원, 1조 3660억 원이 집중됐다. 이는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전체 금액의 73%가량을 차지하는 규모로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수급 개선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042660)(5223억 원), 네이버(NAVER(035420))(5102억 원), 삼성SDI(006400)(2641억 원)는 대거 팔아치웠다.
시장에서 외국인의 지분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체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의 보유 비중은 올해 내내 31~32% 수준에 머물렀지만, 9월 들어 처음으로 33%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날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 2817조 7699억 원 중 외국인 보유액은 959조 2943억 원으로, 비중은 34.04%에 달했다. 외국인 수급이 단순한 매매 흐름을 넘어 지수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는 평가 속에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더욱 키우고 있는 셈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이례적으로 국내 증시에 외국인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주 배경으로는 액티브펀드 자금 유입이 꼽혔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패시브와 달리 액티브는 개별 업종이나 종목을 통해 더 높은 변동성을 짊어지기 때문에 환율의 변동성을 뛰어넘는 수익 추구가 가능하다”며 “최근 외국인은 기계·정보기술(IT)·전력 등 업종을 중심으로 사들이고 있는데, 외국인은 한 번 매집하면 초반에 정한 업종 선호도를 크게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원화 약세가 외국인 매수세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식시장은 호재와 악재가 교차한 상태”라며 “이익 전망치는 높아지고 있지만 환율이 이미 부담 레벨까지 올라왔다”고 짚었다. 실제로 9월 26일 원·달러 환율이 1410원을 돌파하자 외국인은 하루 만에 5707억 원을 순매도했고, 코스피 지수도 2.45% 급락한 바 있다. 이처럼 환율 불안이 이어질 경우 지수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계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10월 코스피 예상 밴드를 3200~3500포인트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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