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계가 정부의 급격한 내연기관차 퇴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연기관차 부품을 공급해 온 중소업체의 일자리 축소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들은 친환경차 전환 속도조절과 함께 국내 시장의 수요를 끌어낼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30일 연합회 소속 11개 자동차단체와 공동으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무공해차 보급 목표와 관련한 건의서를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와 정부, 국회 등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4일 공개 토론회에서 2035년까지 무공해차로 840만 대에서 980만 대까지 보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KAIA는 “현실적인 보급 경로를 고려할 때 840만 대 목표는 2035년에 무공해차 90% 이상, 980만 대 이상 목표는 2035년 이전에 내연기관차를 판매하면 안되는 수준의 달성 목표”라며 “급격한 전동화 전환은 내연기관 중심의 부품업계 구조조정, 인력 감축 등의 부작용과 중국 전기차 산업으로의 의존성 가속화, 중국산 전기차의 내수 시장 잠식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KAIA에 따르면 현재 부품 기업의 95.6%는 중소·중견기업에 해당한다. 이들 기업은 미국 정부의 고관세 부과로 인한 완성차 업체의 해외 생산 확대, 전동화 전환 및 수입차 확대에 따른 부품 수요 감소 등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KAIA는 “전동화 전환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대해 적극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이는 국내 산업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현실적인 보급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강력한 수요 창출 정책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의 친환경차 보급 추이와 정부의 보조금 예산 확보, 업계의 판매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보급 목표는 550만~650만 대 수준이라는 게 KAIA의 설명이다. 친환경차에 대한 시장 수요가 부족한 상태에서 과도한 공급 규제는 투자 회수 지연, 패널티 부담으로 인한 전동화 투자 위축 등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특단의 수요 창출 정책을 선행해야 한다고 봤다.
강남훈 KAIA 회장은 “친환경차 보급 목표는 내연기관 중심의 국내 산업 생태계에 근본적 변화를 주는 중요한 이슈인 만큼 자동차 산업계와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효율적인 전동화 전환을 통해 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가 보급될 수 있도록 생산촉진세제 도입 등 특단의 정책적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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