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스타트업의 채무불이행이 늘면서 신용보증기금(신보)의 대위변제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담보나 자산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 특성상 부실이 발생해도 실질적 회수가 쉽지 않아 스타트업 지원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신보가 ‘스타트업 네스트’ 사업을 통해 대출을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 규모는 2020년 30억 원에서 지난해 283억 원으로 5년 새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이미 140억 원에 달해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스타트업 네스트는 창업 3년 이내 기업을 대상으로 보증연계투자, 액셀러레이팅 등을 제공하는 신보의 대표적인 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 신보는 매년 약 100개 기업을 선정해 600억~700억 원 규모의 신규 보증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구상권 청구로 회수한 금액은 총 대위변제액 750억 원 중 15억 원에 불과하다. 연간 회수율도 지난해 0.5%, 올해 1.3%로 다른 지원사업의 평균 회수율인 2~3%에도 미치지 못한다.
보증을 이용해 대출받은 기업의 부실률도 높아지고 있다. 스타트업 네스트 보증 부실률은 2020년 2%에서 지난해 9%로 치솟았다. 부실률이 높아질수록 신보의 대위변제 부담은 커지지만 회수율이 낮아 실질적 재정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신보 입장에서는 당장의 해결책이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대부분 담보나 자산이 부족해 부실이 발생할 경우 회수할 재원이 없고 폐업하는 경우에도 남는 자산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사업이 고스란히 신보의 재정 리스크로 연결된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완화된 평가 기준으로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서 코로나 이전보다 더 많은 초기 스타트업이 신보 보증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경기 침체와 벤처 투자 위축이 겹치며 이들 기업의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스타트업 호황기가 끝나면서 쌓였던 잠재적 문제가 경기 침체 국면에서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며 “스타트업 지원 사업이 가진 불가피성을 감안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지원을 위해 초기 스타트업의 위험성과 성장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의원 역시 “스타트업 네스트가 의미 있는 창업 플랫폼이지만 현재와 같은 보증·대출 중심 구조로는 고위험·고성장 스타트업을 충분히 뒷받침하기 어렵다”며 “신용보증기금이 기술·시장성 평가 중심의 투자형 지원과 성장산업 맞춤형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해 혁신 창업의 버팀목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보는 스타트업 네스트 사업이 초기 스타트업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만큼 지원을 이어가는 한편 스타트업의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다. 신보에서 지원하는 재도전·재창업 보증 지원 프로그램에는 매년 400여 곳이 넘는 기업이 참여해 재창업에 도전하고 있다. 신보 관계자는 “재도전·재창업 기업에 대한 보증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단순히 보증 규모 확대가 아니라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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