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테크 업계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의 완공 기간을 3개월로 대폭 줄일 수 있도록 표준 규범을 제정하기로 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글로벌 AI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자 중국도 거세지는 AI 패권 경쟁에 맞불을 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투자를 발판으로 AI 3강 국가에 도약하기 위해선 AI 인프라 확충을 앞당길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AI 업계 및 중국 경제매체 신랑재경(新浪財經) 등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에서 이달 17일 제1회 ‘AIDC 산업 발전 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선 ‘AIDC 인프라 규범’이 공개됐다. 중국에서 AIDC와 관련한 표준화된 문서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를 주최한 글로벌컴퓨팅컨소시엄(GCC)에는 화웨이·차이나텔레콤·앤트그룹(알리바바 자회사) 등 주요 중국 테크 업체들이 가입해 있다.
AIDC 인프라 규범의 핵심 목표는 AIDC 공사 기간을 확 줄이는 것이다. 규범에는 ‘납품 주기를 단축하고 기술 및 설계를 통일해 데이터센터 완공 주기를 기존 6~8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는 AI 반도체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AIDC에 최신식 AI 반도체를 설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AI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열 문제를 잡는 해법으로는 공랭식 대신 액체 냉각 기술을 표준화해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규범에 담겼다. 이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AIDC 운영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얘기다. GCC 측은 이번 표준안을 구심점으로 동남아·중동·유럽 등 해외 데이터센터 시장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이처럼 중국이 AI 인프라 확장에 속도를 내는 것은 AI 패권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미국을 따라잡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에포크AI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3월 기준 전세계 컴퓨팅 파워(연산력)의 74.4%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인 중국은 점유율 14.1%로 미국과 격차가 크다. 챗GPT를 앞세운 오픈AI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한지 8개월 만인 지난 23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첫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메타는 일반적인 콘크리트 건물 대신 텐트형 데이터센터를 도입했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xAI는 자사 최초 데이터센터인 ‘콜로서스1’의 공사를 122일만에 마쳤다.
중국 빅테크의 AI 투자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AI 인프라 설비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3800억위안(약 74조6360억 원)보다 증액하기로 했다. 우융밍 알리바바 CEO는 “관련 산업의 발전 속도와 AI 인프라 수요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밝혔다. 또한 화웨이·차이나텔레콤·차이나유니콤·차이나모바일 등은 상하이·항저우·난징과 가까운 안후이성 우후시에 총 2700억위안을 투자해 AI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미중 간 AI 패권 경쟁이 인프라 속도전으로 격화하면서 한국도 3강 실현을 위한 기반 조성에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계기로 블랙록이 국내에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세우기로 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다각도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인허가 규제가 완화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대표 발의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진흥에 관한 특별법안’에는 과기정통부 장관에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인허가 등 일괄처리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수십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고 빠른 속도로 AI 인프라를 지어 글로벌 AI 시장을 독점하려는 행보를 보이는 등 AI 투자가 불붙는 모양새”라며 “AI 펀드, 전력망 계획을 포함해 국내 현실에 적합한 체계적인 AIDC 로드맵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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