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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직 개편서도 '패싱'…무기력증 빠진 경제 관료들

기재부, 금융정책 이관 철회 타격

"정책 합리성보다 정치 논리 우선"

젊은 사무관 중심 사기 저하 심화

"행정 일관성 흔들리면 국민 피해"

주요 정책 결정에 경제 관료들의 의견이 배제되면서 관료사회에 무력감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조직 개편부터 주요 정책 결정까지 경제 관료들의 의견이 배제되면서 관가 전반에 무력감이 퍼지고 있다. 나라 곳간을 지키고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경제정책을 설계한다는 자부심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치권과 대통령실의 판단에 번번이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관료들 사이에서는 “정책의 합리성과 논리성보다는 위에서 좋아할 만한 정책을 먼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정책 설계자가 아닌 집행자에 불과하다”는 허탈한 반응이 나온다.

26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전날 여당과 대통령실의 금융 당국 개편안 철회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기획재정부의 내부 게시판에는 이날도 젊은 사무관들을 중심으로 무기력함을 토로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기재부의 관계자는 “금융정책의 재경부 이관은 예산 기능 분리와 함께 대통령 공약에서부터 국정기획위원회 논의를 거쳐 고위 당정협의까지 일관되게 추진돼 왔던 것”이라며 “이런 결정을 뒤집는데도 기재부의 의견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기재부 패싱은 이미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논란이 대표적이다. 기재부는 7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대주주의 종목당 보유액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발이 커지자 여당이 먼저 50억 원 기준 환원 방침을 밝혔고 결국 대통령의 최종 결정에 따라 기재부는 정책 발표를 뒤집어야 했다. 세수 정상화와 조세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당정은 물론 대통령실까지 협의를 마친 사안이었지만 정책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기재부가 모든 비판을 떠안았다.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최고세율(35%) 역시 기재부가 실무 단위에서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쳐 국민 부담과 세수 안전성을 고려해 내놓은 안이지만 대주주 기준 논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정부에서 낡은 상속 세제를 개편한다는 취지로 추진된 유산취득세 전환은 정권 교체 이후 ‘부자감세’ 프레임에 묶여 사실상 좌초되는 분위기다. 정책 설계의 합리성이나 논리보다는 여론에 민감한 여당·대통령실의 의중에 따라 결론이 뒤바뀌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조직 개편은 관료사회의 무력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해양수산부 직원들은 부산 이전 문제로 정착, 자녀 학업 부담까지 떠안으며 “업무 외 피로가 누적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잇따른 정책 번복에 지친 후배 관료들을 이끌어야 할 기재부 1급 고위 공무원단은 조직 분리를 앞두고 모두 일괄 사표를 낸 상태다. 장기적인 정책 구상이 사실상 중단되고 본인들의 거취를 더 고민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정책의 이관마저 무산되자 젊은 사무관들 사이에서는 정책 고민보다는 예산처와 재경부 중 어느 쪽이 본인 커리어에 유리한지 계산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전직 경제 부처 고위 관계자는 “정치가 행정을 압도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경제 관료들의 사기가 저하될 것”이라며 “이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면 정책의 연속성과 실행력이 떨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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