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이 “중국 경쟁사들은 우리보다 자본, 인력에서 3배, 4배 이상의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사장단을 향해 강한 체질개선과 빠른 인공지능(AI) 전환(AX)을 주문했다.
25일 LG에 따르면 지난 24일 구 회장은 경기도 이천에 있는 LG인화원에서 최고경영진이 모여 중장기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는 LG전자(066570)와 LG디스플레이(034220), LG화학(051910), LG에너지솔루션(373220),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진에 더해 각 사의 AX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구 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중국 기업들의 추격으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경영환경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AX 가속화 방안을 주제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구 회장은 사장단을 향해 “구조적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와 수익성 강화를 위한 사업의 선택과 집중 △차별적 경쟁력의 핵심 위닝(Winning) 연구개발(R&D) △구조적 수익체질 개선 등을 요구했다.
'Winning R&D'는 중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속도감 있게 R&D를 전개해 차별적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다. 자본과 인력을 한국의 3~4배로 투입하며 추격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 기업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R&D를 통해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이번 대외메시지가 구 회장이 해외 출장에서 주요 사업을 점검한 뒤 중국기업들의 경쟁력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나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구 회장은 아프리카와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을 앞세워 지난 2월 인도를 찾았다. 지난 6월에 인도네시아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의 사업장을 찾아 “5년 뒤 생존전략까지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동남아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높은 가전,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확인하고 위기감을 강조한 것이다.
같은 달 구 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북미 사업의 전진기지인 테네시주를 찾아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를 점검했다. 구 회장의 실리콘밸리 방문 후 LG는 엔비디아 등이 참여한 투자시리즈C(사업확장단계)를 통해 미국 AI 로봇 스타트엄 ‘피규어 AI’에 추가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글로벌 AI 산업을 거론하며 업무 방식을 AI 중심으로 탈바꿈하는 AX 전략을 거듭 강조했다.
구 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구 대표는 “회사는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곳인 만큼 최고경영진들이 구성원들의 안전에 대해서도 세심히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 구성원 및 협력사 임직원이 美 조지아주 구금 사태와 관련한 당부 메시지다. 구 회장은 조지아 구금 사건 발생 직후 주요 경영진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구성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긴밀한 대응과 후속 대책을 주문했다.
한편 구 회장은 창립 78주년을 맞은 지난 3월 27일 올해 첫 사장단 회의를 열고 “절박감을 갖고 과거의 관성, 전략과 실행의 불일치를 떨쳐내야 한다”며"변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지난 6월 말에도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지만 별도의 대외 메시지는 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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