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도 이미 타결한 협정의 조속한 비준과 기발효 자유무역협정(FTA) 개선을 서두르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에 본격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4일 발간한 ‘공격받는 자유무역, 주요국 FTA 논의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광범위한 관세 조치로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주요국들은 신규 FTA 체결 및 중단된 협상 재개, 기존 FTA 개선, 다자 간 무역협정 가입 등으로 양자 및 지역 협력을 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장기간 진전이 없었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및 인도네시아와의 FTA 협상을 각각 25년, 10년 만에 타결했다. 영국도 인도와 FTA 협상에 착수한지 3년 만인 지난 5월 협상 타결에 성공했다.
보고서는 주요국의 FTA 추진 유형을 대외 무역 의존도와 대미 수출 의존도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눠 분석했다. 첫 번째로 한국·스위스·칠레 등 대외 의존도가 높고 대미 수출 비중이 평균(26%) 미만인 국가들은 내수시장이 작아 수출 증대를 위해 대부분의 수출 상대국과 적극적으로 FTA를 체결해왔다. 이에 따라 신규 FTA 체결 속도는 다소 둔화되고 기체결 FTA의 개선 및 보완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캐나다·멕시코·코스타리카 등 대외 의존도가 높고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큰 국가들은 미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기 위해 메르코수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EU, CPTPP 등 거대 시장과의 FTA를 추진했다. 마지막으로 일본·중국·호주·EU 등 국내(역내)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도 최근 전략적으로 FTA 추가 체결에 나서고 있었다.
한편 한국이 체결한 FTA는 실질적으로 안정적인 수출 확대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한국의 FTA 체결국에 대한 수출은 연평균 5.1% 증가해 대(對)세계 수출 증가율(4.7%)과 FTA 비체결국 수출 증가율(3.7%)을 웃돌았다.
보고서는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인한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도 FTA 추진 전략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했다. 시장 접근 확대, 서비스 및 투자 분야 고도화 등 기존 협정을 개선하고 새로운 협정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첨단산업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어 “특히 기존에 체결한 FTA에 비해 자유화 수준이 높은 CPTPP 가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금윤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CPTPP 당사국 다수와 이미 FTA를 체결하고 있지만 시장 접근 개선을 통한 수출기회 확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생산비용 절감 측면에서 CPTPP가 유리하다”며 “성숙기에 접어든 우리 FTA 정책과 경험을 살려 국내 취약 산업 보호를 위한 보완대책을 마련하면서 CPTPP 가입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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