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사들의 잇따른 셧다운에도 철근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며 반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철강 업체들은 각각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유통 물량을 줄이며 대응하고 있지만 건설 등 전방산업 침체와 값싼 수입 철근의 공세로 고육책마저 한계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근(SD400·10㎜) 유통가격은 이달 들어 톤당 67만 7000원까지 하락한 후 68만 원 선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철근 가격이 67만 원대로 떨어진 것은 올 3월 이후 처음이다. 철근값은 주요 국내 철강사들이 공동 감산에 나선 뒤 5월(74만 원)→6월(70만 원)→7월(73만 원) 등 회복세를 타는 듯 했지만 지난달 70만 원 아래로 다시 떨어진 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팔수록 손해가 커지자 여름철 공장 셧다운에 들어갔던 주요 철강사들은 현재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장을 재가동한 상황이다. 현대제철(004020)은 4월 인천 철근공장을 셧다운한 데 이어 7~8월에도 여름철 대보수 및 감산을 목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후 지난달 말부터 설비 재가동에 나섰다.
동국제강(460860) 역시 7~8월 인천 철근공장 생산을 전면 중단한 후 현재는 일부 라인만 돌리는 제한 가동 형태로 공장을 움직이고 있다. 업체들은 일단 공장을 다시 돌리지만 철근 가격이 원가 보전을 위한 최저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언제든 다시 설비를 멈춰세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철강사들의 원재료 가격 및 전기세 등을 고려한 손익분기점은 톤당 75만~80만 원 수준이다.
철강사들은 가격 정상화를 위해 대응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달 들어 유통 물량을 사전 주문제로 공급하고 있다. 철근 유통 업체가 사전 확정된 수량과 거래처를 확인해 주문하도록 하고 지키지 않으면 철근 공급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동국제강 역시 이달부터 철근 유통 가격에 하한선을 도입해 최소 70만 원 선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장기화된 건설 불황과 저렴한 수입산 철근 공세 등에 업체들의 자구책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산 철근 수입량은 1만 1280톤에 달했고, 중국산 철근도 4416톤이 들어왔다. 일본산 철근의 평균 수입가격은 톤당 64만~66만 원으로 국내 업체들의 가격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철근업계는 경영 악화가 지속되자 정부가 조만간 내놓을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초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업계 체질 개선과 지원책 등을 논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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