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구글의 광고 사업 독점을 해소하기 위해 주요 광고 플랫폼 사업을 분할할지를 놓고 심리에 돌입한다. 앞서 온라인 검색 독점 문제로 크롬 분할 위기에 처했던 구글이 몇 주 만에 다시 주요 사업 축인 광고 분야에서 분할 위험에 직면했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지방법원의 레오니 브링케마 판사는 앞으로 2주 동안 구글의 온라인 광고 기술 독점 사건에 대한 구체적 제재안을 마련하는 심리를 진행한다. 이 사건은 미국 법무부와 17개 주 정부가 2023년 1월 제기한 소송으로 브링케마 판사는 앞서 4월 17일 구글이 온라인 광고 거래소와 광고 게재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독점을 형성해 광고주와 소비자에게 실질적 피해를 끼쳤다고 판결했다. 이번 심리는 당시 판결 이후 독점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후속 법적 절차다. 증인으로는 구글 임직원, 광고주, 광고 게재자(퍼블리셔), 기술 전문가 등이 출석한다.
법무부와 주 정부는 구글의 애드 익스체인지(AdX)를 강제 분할해 매각하는 방안을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AdX는 블로그나 언론사 등 퍼블리셔가 보유한 광고 게재 공간과 광고주를 실시간 경매로 연결하는 광고 거래소다. 법무부는 구글이 광고 게재 소프트웨어에 AdX를 끼워 팔아 경쟁을 억눌렀다고 보고 있다. 퍼블리셔가 광고를 게재하려 할 때 AdX에 먼저 입찰 기회를 줘 다른 거래소가 후순위로 밀렸다고 보고 있다. 이런 왜곡을 해소하려면 핵심인 AdX 매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경매 로직을 공거하는 행태적 조치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정도로도 미흡할 경우 광고 소프트웨어까지 추가 분할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다.
업계는 법원이 AdX 매각을 명령할 경우 구글의 사업 구조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구글은 올해 추정치 기준 757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디지털 광고 시장 1위 기업이다. 이 가운데 미국 디지털 광고 매출은 863억 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중 704억 달러는 검색 광고에서, 159억 달러는 이번 소송과 관련된 디스플레이 광고에서 발생할 전망이다.
구글은 매각은 과도하며 광고 게재 구조를 일부 변경하는 것 만으로도 시장을 개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구글은 자사 광고 기술이 경쟁사의 도구와 원활히 호환되도록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구글 규제 담당 부사장 리앤 멀홀랜드는 “통합된 도구를 분리하면 퍼블리셔가 콘텐츠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고 광고주가 새로운 고객에 도달하는 비용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이는 구글 도구를 활용해 성장하는 소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구제 심리가 마무리되더라도 실제 제재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법원은 증언 청취 뒤 당사자 최종 의견서 제출과 판결문 작성 절차를 거친다. 구글이 불복할 경우 항소심 판단을 받게 된다.
이번 사건은 구글이 온라인 시장 불법 독점으로 판결받은 세 건의 주요 반독점 소송 중 하나다. 캘리포니아 연방 법원은 지난해 구글이 안드로이드폰 앱스토어를 개방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며 최근 항소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구글은 이 사안을 연방대법원에 상고할지 검토 중이다.
또한 워싱턴 연방 법원은 지난해 법무부가 제기한 별도의 소송에서 구글이 온라인 검색 시장을 불법 독점했다고 판시했다. 이달 초 같은 법원은 정부의 크롬 브라우저 매각 요구를 기각했다. 사건을 맡은 아밋 메타 판사는 인공지능(AI) 검색 엔진의 등장 등으로 시장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크롬 매각까지는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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