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채용시장에서 ‘중고 신입’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신입 공채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1~2년의 경력을 가진 지원자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흐름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21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주요 대기업 대졸 신규채용 계획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에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 중 28.1%가 이미 경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25.8%)보다 2.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경력 기간은 ‘1∼2년’이 46.5%로 가장 많았고, 이어 ‘6개월∼1년’(38.6%), ‘2∼3년’(7.9%), ‘3년 이상’(5.3%) 순으로 집계됐다. ‘6개월 미만’은 1.7%에 그쳤다. 특히 매출 상위 300500대 기업에서는 ‘23년’ 경력을 선호하는 비중이 12.2%로, 100대 기업(0%)과는 차이를 보였다.
올해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인원에서 경력직 비율은 평균 26.9%로 조사됐다. 기업별로는 ‘50% 이상’(15.7%), ‘20∼30%’(14.1%), ‘0∼10%’(13.2%) 순으로 비중이 컸다. 반면 아예 경력직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도 22.3%였다.
재계는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이 교육·훈련 부담을 줄이고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예전처럼 신입을 데려와 길게 트레이닝하기보다는 직무 경험을 갖춘 지원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채용 방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수시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은 전체의 48.8%로 집계됐다. 응답 기업(59곳)의 채용 방식 비중은 수시채용 79.5%, 공개채용 20.5%로 나타났다. 특히 1~100대 기업의 수시채용 비중은 30%에 그쳐 전체 평균보다 낮았는데, 이는 삼성이 주요 대기업 중 유일하게 공채 제도를 유지하는 영향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공채 제도는 한국과 일본 정도만 유지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점차 수시·경력 중심 채용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기업 대졸 신입의 평균 초봉은 4671만 원으로 조사됐다. 구간별로는 ‘4000만~4500만 원’(26.5%)이 가장 많았고, ‘5000만~5500만 원’(23.1%), ‘4500만~5000만 원’(19.0%) 순이었다. 매출 상위 1100대 기업은 5250만 원, 101~200대 기업은 5000만 원, 300대 이상 기업은 4305만 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꼽은 올해 하반기 채용시장 변화는 ‘수시채용 증가’(22.0%), ‘경력직 채용 확대’(19.5%), ‘중고 신입 선호 심화’(16.2%), ‘조직문화 적합성 검증 강화’(16.2%)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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