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컬러렌즈 문화를 만들어 나가면서 가장 영향력 높은 브랜드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비전 엑스포 2025 웨스트' 현장에서 만난 홍재범 하파크리스틴 대표는 부스 방문객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장원영 렌즈'로 불리는 '하파크리스틴'은 이미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소비자들로부터도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이번 엑스포에서도 많은 관람객이 국적과 성별, 연령을 가리지 않고 많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제품을 살펴보기 위해 부스에 몰려들었다. 몇몇은 현장에서 곧바로 대량 구매를 위한 계정을 개설하며 뜨거운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홍 대표는 중국 컬러렌즈 업체들이 수천억 원대 투자를 유치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등 규제 여파로 인해 한국산 컬러렌즈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 미국 시장 진출의 적기로 판단했다.
안광학 박람회서도 주목 받은 ‘K뷰티’
안경사들과 안과 의사들은 자신들의 안경원에서 판매할 새로운 제품을 발굴하기 위해 비전 엑스포 현장을 찾는데, 하파크리스틴의 컬러렌즈는 새로운 판매 아이템으로 삼기에 손색이 없었다. 안경사는 물론 안과 의사들까지 컬러렌즈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한국과는 다른 미국의 제품 유통 방식 때문이다. 미국은 안과 의사의 검안을 거쳐 처방전을 받아야만 안경이나 콘택트렌즈의 구매가 가능하다. 이에 안과 병원을 하면서 안경원을 함께 운영하는 의사들이 많은 것이다.
특히 행사장 하파크리스틴 부스에는 컬러렌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20대 젊은 여성 안경사 혹은 안과 의사들의 관심이 두드러졌다. 컬러렌즈를 찾는 소비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직접 제품을 확인하려는 안경사와 의사들의 발길이 이어진 것이다. 또 하파크리스틴이 이번 행사에서 큰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은 K뷰티 제품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 덕분이다. 관람객들은 하파크리스틴 역시 K뷰티 제품 카테고리 중 하나로 본 것이다.
미국 텍사스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안경사인 아지아 페레즈는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미국에서 컬러렌즈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느낀다"라면서 "K뷰티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많은 만큼 하파크리스틴도 미국 시장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컬러렌즈에 대한 인지도 향상도 하파크리스틴이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다. 하파크리스틴은 2024년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마이애미 등에 총 세 곳의 오프라인 컬러렌즈 전문 매장을 여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조만간 미국 뉴욕과 댈러스에도 추가 오프라인 매장 개설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 컬러렌즈 브랜드 급성장…해외 진출해 스케일업 필요
국내 컬러렌즈 시장은 오렌즈와 하파크리스틴, 렌즈미 등이 주요 사업자로 포진해 있다. 시장 영향력 측면에서 부동의 1위 기업은 오렌즈로, 지난해 매출액만 1537억 원에 달한다. 이중 일본, 미국 등 해외 시장 매출은 728억 원으로 전체의 48% 수준이다. 영업이익도 538억 원을 기록해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
하파크리스틴은 후발주자로서 발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490억 원에 영업손실 42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미국,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 확대에 힘입어 600억 원 이상의 매출액 달성이 기대된다. 향후 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성과가 본격화된다면 수천억 원 수준의 매출액 달성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또 다른 국내 컬러렌즈 업체인 렌즈미도 약진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285억 원, 영업이익 9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컬러렌즈 브랜드들은 다수의 디자인과 높은 안정성, 품질 경쟁력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하파크리스틴의 경우 컬러렌즈 디자인만 200개가 넘으며, 미국 식품의약품(FDA)의 승인을 획득한 제품만 판매 중이다. 오렌즈 역시 눈동자 크기·색 등에 따라 수백 가지 옵션을 제공하면서 고객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주고 있다.
또 컬러렌즈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디자인과 상품성, 콘텐츠 등의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내 업체들의 발 빠른 해외 진출이 요구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컬러렌즈 시장 규모는 2025년 42억 4000만 달러(5조 9318억 원)를 기록한 이후 연평균 10.8%로 성장해 2029년에는 64억 1000만 달러(9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컬러렌즈, 안광학 산업 회복 돌파구 기대
국내 안광학 산언은 안경테와 일반 안경렌즈 시장의 주도권을 이미 해외 기업에 내준 데 이어 컬러렌즈마저 중국 등 해외 업체에 빼앗길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완전히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컬러렌즈 브랜드 업체들이 성장할수록 렌즈 제조사 등 관련 생태계가 동반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이에 전문가들은 컬러렌즈 업체들의 성장을 뒷받침할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함께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 공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국내 안경테와 안경렌즈의 수출액은 최근 몇년 사이 매년 가파른 감소세를 기록하면서 산업 기반이 점차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및 동남아산 제품들의 저가 공세의 여파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탓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안경테와 안경렌즈 수출액은 2018년 1억 8383만 9000달러(2567억 원)를 기록한 이후 2021년 1억 5098만 3000달러(2108억 원), 2024년 1억 1014만 달러(1583억 원)로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컬러렌즈 업계 관계자는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컬러렌즈 업체들이 높은 디자인과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예전의 안경테와 안경렌즈를 넘어 컬러렌즈가 안광학 산업의 대표 수출 효자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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