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케미칼이 음이온촉매 기반 합성고무 해외 자회사인 카리플렉스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석유화학 범용제품 제조 자회사인 여천NCC로 인한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금 확보를 위한 카드로 풀이된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DL케미칼은 지분 100%를 보유한 카리플렉스 매각 가능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의향이 파악되면 매각주관사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DL케미칼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나 현재로선 결정된 게 없다”라고 말했다.
DL케미칼은 2020년 5억 30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6200억 원)를 들여 미국 기업 크레이튼의 카리플렉스 사업부를 인수한 후 2022년 16억달러(1조 8800억 원)를 투자해 크레이튼까지 인수했다. 크레이튼은 소나무 화학 물질에서 추출한 특수 폴리머 및 고부가가치 바이오 기반 제품을 생산해온 석유화학기업이다.
커리플렉스는 폴리이소프렌 수술 장갑용 합성고무 시장 내 가장 큰 제조사이다. 카리플렉스 제품은 자극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경쟁사 대비 불순물이 적고 투명도가 높아 수술용 장갑, 주사액 마개 등 고부가가치 의료용품 소재로 인기가 높다. DL케미칼은 5월 카리플렉스 본사인 싱가포르에 신공장을 준공하는 등 최근까지 적극적으로 투자를 이어왔다.
다만 카리플렉스는 아직까지 적자 구조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매출은 539억 원을 기록했고 7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잠재력은 높지만 실적을 내기까지 장기 투자가 필요한 셈이다.
반면 한화와 합작한 여천NCC(석유화학 기초원료 생산)는 부도 위기 속에 DL케미칼이 8월 1500억 원 지원을 결정했지만 근본적인 위기를 해소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다.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여천NCC는 정부의 석유화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라는 직간접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는 연말까지 각 석화기업에 자발적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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