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연금 운용역에 대한 처우 개선 의지를 내비쳤지만 공공기관으로 묶여 있는 이상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운용 수익률과 연동해 체감할 만한 성과급을 지급하기에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로 인해 유연한 성과 보상이 어렵기 때문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가진 비공개 오찬에서 해외 연기금과 국민연금 간 처우 격차에 대해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 리서치센터장이 아부다비투자청(ADI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해외 연기금과의 처우 격차를 지적하자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에게 “이 문제를 고려해보라”고 당부했다. 수년째 이어지는 운용역 이탈에는 지방 근무 부담뿐 아니라 낮은 보수 수준이 주요인으로 해석된다.
운용역의 임금 수준을 높이려면 기본급과 성과급을 조정해야 한다. 기본급의 경우 공운법에 따라 연평균 기본급 인상률을 2% 수준에 맞춰야 하는 한계가 있다. 운용역들의 기본급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임직원의 기본급을 깎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대외적으로 시장 수준보다 과도하게 낮지 않도록 보수 수준을 개선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성과급 체계를 올해 개편했다. 성과급 모수 자체를 기본급 총액에서 1.5배 늘렸으며 누적 평가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정부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총보수 수준이 업계 상위 50%에서 상위 25%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실제 지급 규모가 체감하는 수준으로 늘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성과급을 기금운용본부 예산으로 지급해야 하는 구조인데 공공기관이다 보니 정부가 정해주는 예산 내에서 지급하게 된다”며 “상한 자체가 정해져 있어 지급 총액이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익명의 관계자는 “운용역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금운용본부만이라도 공공기관 지정에서 예외를 둔다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성과급 체계를 개편하고 운용 인력 확충이 이뤄진다면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금운용본부 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 지급액은 3461만 원이다. 5년 이상 장기 근무자는 4837만 원, 5년 미만 단기 근무자는 2350만 원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연간 15%라는 최고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지급액은 그 전년 대비 500만 원 넘게 줄어들었다. 이 같은 성과급 액수는 운용 성과에 따라 수십억 원을 받는 해외 연기금과 비교는커녕 국내 운용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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