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미국 기업과 손잡고 희토류와 영구자석 생산 단지를 미국에 건설한다. 희토류는 중국이 수출통제에 나서 무기화한 희소 광물로 한미 기업이 손잡고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에 선제적으로 나서온 포스코그룹은 북미·호주·아시아 기업들과 협력망 구축에 성공,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홀딩스 자회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은 18일 미국 리엘리먼트테크놀로지스와 희토류 공급망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9일 전했다. 협약식에는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과 마크 젠슨 리엘리먼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나성화 산업통상자원부 공급망정책국장과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 등 양국 정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영구자석은 전기차의 심장 역할을 하는 구동모터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일반 자석 대비 자력이 수십 배까지 강력한데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등 희토류를 사용한다. 구동모터는 사실상 전기차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 부품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리엘리먼트는 이번 협약을 통해 미국 내 희토류와 영구자석 통합 생산단지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희토류 중간재 수급과 영구자석 생산을 담당하고 리엘리먼트는 희토류 분리·정제 및 영구자석 리사이클 기술을 제공한다.
양 사가 계획 중인 미국 생산 시설은 희토류와 영구자석을 수직적으로 통합한 미국 내 첫 거점이다. 이 생산 시설은 희토류 원료 확보·분리·정제뿐 아니라 영구자석 제조, 제조 폐기물 및 폐자석 재활용 등 모든 단계를 하나의 시설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한미 양국 정부는 통합 생산단지 건설이 본격화하면 지원 정책을 내놓고 규제 문제도 해소할 수 있게 협의하기로 했다.
양 사가 북미에 희토류와 영구자석 생산단지를 구축하는 것은 희토류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희토류는 영구자석뿐 아니라 스마트폰·전투기 등 첨단 제조업에 두루 사용된다. 하지만 중국이 전 세계 생산의 69.2%, 정제·가공의 92.3%를 점유하고 있으며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시장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4월부터 주요 희토류에 대해 수출통제에 나서며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대기업인 현대모비스조차 5월 가까스로 중국 상무부로부터 희토류 영구자석 수출 허가를 소량 획득하는 데 그쳤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흐름을 오히려 기회로 봤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 북미·호주·아시아 업체들과 개별 접촉해 25개사와 희토류 채굴부터 영구자석 제품화, 사용 후 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순환 고리로 연결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3월 북미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7700톤(약 9000억 원) 규모의 영구자석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 들어서는 유럽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에도 800톤(약 2600억 원)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총 8500톤 규모의 수주 잔액을 확보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3000억 원 규모의 영구자석 추가 계약도 협의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부터는 중국산이 아닌 희토류를 활용한 공급 시스템도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공급망 다변화는 최근 북미 전기차 업체로부터 6000억 원 상당의 구동모터코어 계약을 이끌어내는 성과로 이어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이번 협력을 통해 희토류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고 국내외 완성차 업체에 안정적인 핵심 소재 및 부품 공급 체계를 마련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며 “향후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에도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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