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비상발전기의 가동을 준비하고 냉동·냉장 차량을 사전에 확보하는 방안을 점포에 내려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전기세를 내지 못한 홈플러스가 최악의 경우 단전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나선 것이다.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해 매각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직원, 입점업체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최근 각 점포 담당자들에게 단전 대비 방안을 이메일로 보냈다. 방안으로는 비상발전기의 유량을 확보하고 물류센터의 냉동·냉장 차량을 사전에 섭외해두는 게 포함됐다. 매장에서 냉동·냉장 보관해 판매하는 신선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비상 대비를 주문한 셈이다. 이는 홈플러스가 8월 전기세를 체납하면서 비롯됐다. 전기세 체납이 장기화될 경우 원칙적으로 전기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 냉동, 냉장 보관되는 상품의 비중이 높은 마트의 특성상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이미 홈플러스는 점포 영업시간을 기존 오후 11시 혹은 자정에서 오후 10시로 앞당기며 비용 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전기세뿐만 아니라 건강·고용·산재보험 등 3대 보험료도 미납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자금난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2차로 지급되는 등 고객들의 발길이 갈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가 홈플러스에 보증금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배경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 측은 “보증금 설정은 신규 자금 수요를 초래해 회사의 자급 압박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며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상화를 위한 기업회생절차의 목적에 배치되기 때문에 기관의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가 장기화되면서 직원들의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연내 폐점하기로 한 점포 15곳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근무지를 받아 재배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실제 거주지와 멀리 떨어진 점포에 근무하게 돼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들이 나오고 있다.
입점업체의 피해도 상당하다. 홈플러스는 최근 문을 닫는 점포에 입점한 업체에 순매출의 3개월 치를 주는 보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설비, 인테리어비용 등에 대한 보상은 사실상 없는 데다가 매출 또한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급감한 것을 기준으로 했다. 입점업체들이 턱없이 적은 보상안을 두고 분통을 터트리는 이유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기 전 인수자를 찾아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홈플러스 본사를 찾아 간담회를 열고 적극적인 정상화 방안을 촉구할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보유하고 있던 알짜 부동산들은 이미 매각했고 쿠팡 등 전자상거래(e커머스)와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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