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1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음에도 반도체 등 일부 종목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2021년 증시 호황기 당시 고점일 때 투자했다가 아직 손실 구간을 벗어나지 못한 투자자들이 많은 만큼 최근 증시 급등을 체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17일 네이버증권이 네이버페이 내자산서비스에 등록된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투자자 25만 9034명의 평균 매입 단가는 6만 8532원이다. 이날 종가 7만 8200원 기준 평균 수익률이 14.1%로 이달 8일 ‘7만전자’를 회복한 후 안정적 수익권으로 진입했다.
최근 주가 급등세를 기록한 SK하이닉스 투자자들도 평균 매입 단가가 21만 1424원으로 평균 수익률 57.7%를 기록했다. 올해 주도 섹터인 조선과 원전 투자자들도 눈에 띄는 수익률을 내는 중이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주주들의 평균 매입 단가는 1만 4031원, 9만 3608원으로 각각 평균 수익률 53.6%, 20.7%를 기록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평균 매입 단가가 5만 3202원으로 평균 수익률 15.2%다.
문제는 국내 주식 대부분이 손실 구간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개인투자자가 많은 카카오(171만 명), 네이버(95만 2000명), LG에너지솔루션(80만 6000명), POSCO홀딩스(75만 2000명) 등은 최근 증시 상황과 동떨어진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증시 전고점이던 2021년 당시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나 하락 전환 이후 4년이 지나도록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
네이버 평균 매입 단가는 26만 9664원으로 투자자들은 평균 13.4% 손실 상태다. 2021년 7월 46만 5000원까지 상승했던 주가가 지난해 15만 1100원까지 65%나 급락한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카카오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평균 매입 단가 9만 1794원으로 평균 손실률이 31.9%에 이른다. 마찬가지로 2021년 6월 고점(17만 3000원) 대비 주가가 최대 80% 이상 떨어진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카카오 주주들이 안정적 수익 구간에 진입하려면 주가가 50% 이상 올라야 한다.
한때 주가가 급등했던 2차전지 종목 역시 대부분 손실 구간이다. 투자자들은 에코프로 주식을 주당 평균 10만 2376원에 매입했는데 이날 4만 975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손실률이 50%를 넘겼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는 평균 손실률이 무려 72.0%다. 평균 매입 단가가 10만 2500원으로 2021년 5월 상장 당시 공모가(10만 5000원) 수준인데 주가는 2만 8700원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 투자한 한 개인투자자는 “18만 원부터 매수해서 계속 물을 타면서 평균 매입 단가를 7만 원까지 낮췄는데 이젠 더 견디기 힘들다”며 “가족들에게 미안해 손실 보고 모두 처분했고 이제라도 대세 종목을 살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해외 종목들은 대부분 수익 구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익률을 보면 서학개미들이 주로 투자하는 테슬라(48.9%), 애플(29.2%), 엔비디아(34.0%), 마이크로소프트(25.1%), 알파벳A(60.6%) 등은 대부분 높다. 다만 미국 주식 중에서도 코카콜라(3.74%), 월트디즈니(-11.7%), 스타벅스(-9.8%), 나이키(-35.6%) 등 일부는 성과가 부진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36.22포인트(1.05%) 떨어진 3413.40에 장을 마쳐 12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외국인도 8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특징 중 하나가 손절을 미루다가 손실을 키우는 것”이라며 “오르는 종목은 계속 오르고, 내리는 종목은 계속 내리기 때문에 투자를 시작할 때부터 손절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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