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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검사 우려…금융권 부담 키우는 감독체계 개편

작업 착수 2주만에 조직개편 뚝딱

기관간 역할분담 제대로 안이뤄져

은행 업무보고도 금소원에 내야

IMA 사업자 선정부터 차질 우려

시행세칙 개정 혼선 최소화 필요





금융감독원에서 분리돼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이 금융지주회사와 기관 전용 사모펀드(PE) 운용사 등에 대한 검사권을 갖는다. 지금까지 지주사와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사들이 금감원에 제출해왔던 업무보고도 앞으로는 금감원과 금소원 두 곳에 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법 조항을 기계적으로 나누다 보니 관련 없는 분야에 대한 권한이 금소원에 부여되고 업계의 부담은 두 배로 커지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전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보면 금융지주사에 대한 검사권이 금소원에 부여된다. 기존에는 금감원만 가능했던 것이 금소원에도 주어지는 셈이다.

MBK파트너스 같은 기관 전용 PE에 대한 검사도 가능해진다. 한국무역보험공사를 비롯해 공간정보산업협회의 보증 및 공제 사업 감사, 국토교통부 장관 요청 시 주택관리사단체에 대한 감사도 금감원과 금소원이 함께할 수 있게 바뀐다.

이뿐만이 아니다. 금융사들은 퇴직연금 운용 실적을 금감원과 금소원에 이중으로 보고해야 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사와 PE는 소비자 보호와 직접 연관이 없다”며 “업무보고도 증가해 시어머니만 두 배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금융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감독 개편이 최종 방향이 정해진 뒤로는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데 정작 금융사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다”고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금융 감독 체계 개편 작업이 충분한 숙의 없이 처리 시한을 못 박은 채 진행되면서 기계적인 분리 작업이 이뤄졌다고 지적한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금감원과 금소원이 서로 다른 영역을 본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규제 중복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감독 체계 분리에 따른 비용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업권법 처리 과정을 통해 금소원의 검사 대상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검사 범위를 적절하게 조정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눠먹기식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관련없는 권한도 부여…중복 우려



은행 등 업무보고도 이중으로 해야

금융 당국이 조직 개편 관련 법안 개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은 불과 2주 전이다. 이달 1일 여당 의원들이 경제 부처 조직 개편을 조기에 마무리하겠다고 돌연 발표하면서 금융 당국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앞서 대통령이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 수장 인사를 마무리한 만큼 조직 개편이 지연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던 탓에 혼선이 더 컸다. 여당이 정한 데드라인 내에 9000개가 넘는 관련 법조문을 손보려다 보니 기관 간 역할 분담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기도 쉽지 않았다. 법안 작성에 관여한 한 정부 관계자는 “금융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를 엄밀히 구분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갑작스러운 개편 소식에 권한 축소를 우려하는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까지 커진 터라 법안 작성 과정 내내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17일 여당이 내놓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뜯어보면 기계적으로 업무를 나눈 듯한 조항들이 곳곳에 발견된다. 금융사가 하나의 사안을 여러 기관에 보고하도록 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근로자 퇴직연금 운용 실적 자료는 기존에는 금감원에만 제출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금융소비자보호원에도 제출해야 한다. 금융사 입장에서 보면 시어머니가 2명 생기면서 이에 대응할 업무량이 2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현행 체제에서도 금감원 내 부서 간 업무 협조가 원활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금소원이 신설되면 이 같은 문제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고 요구에 맞춰야 하는 금융기관들에 고스란히 부담”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검사 기능이 금소원에도 동일하게 부여된 점도 금융사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개정 법안에 따르면 금융지주사에 대한 건전 경영 감독·검사권이 금감원과 금소원에 각각 부여된다. 금감원 직원으로 구성됐던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에 금소원도 참여한다. 이에 더해 금소원은 공인중개사협회·한국골제협회·공간정보산업협회 등 각종 비금융 협회에 대한 검사까지 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기관 간 감독·검사권의 범위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지 않아 업무 혼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법상 건전 경영 지도 항목은 재무 상태와 경영 관리 상태 등으로만 규정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이 하는 검사의 90%가 영업 행위 검사인데 영업 행위 부분은 소비자 보호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금감원과 금소원의 검사 업무가 겹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개편이 졸속으로 이뤄지면서 석유화학 구조조정처럼 시급한 과제 해결에 구멍이 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개정 법안에 따라 채권은행 등에 대한 정부 권한을 규정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금융감독위원회가 주로 맡게 된다. 하지만 은행의 건전성을 생각해야 하는 금감위가 여신 회수에만 매몰되면 자금 지원 시기를 놓쳐 국내 경기와 고용 충격을 키울 수 있다. 구조조정의 핵심 축인 한국산업은행은 재정경제부 밑으로 들어가면서 정부의 구조조정 조율 기능이 분산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또 소상공인 지원 업무와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 작업이 재경부로 넘어가 실효성 있는 정책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말도 있다.

시장에서는 조직 개편 여파로 이재명 정부가 내세우는 생산적 금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가 새어 나온다. 당장 금융투자회사의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선정부터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현재는 금융위(정책 수립·인허가)와 금감원(심사)이 업무를 분장하고 있다. 개편안이 통과되면 재경부(정책 기획), 금감원(금융기관 심사), 금소원(약관·광고 심사, 사후 검사), 금감위(인허가)가 IMA 사업을 모두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투자 업계 고위 관계자는 “IMA 사업자 선정만 놓고 봐도 소관 기관이 제각각이고 업무도 분절된 측면이 강하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시행세칙 개정 등을 통해 두 기관 간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해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금소원의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옥상옥 구조로 설계된 면이 있다”면서 “감독 규제 기구가 이중으로 늘어나면 각종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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