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의 상장폐지 건수가 100건을 돌파하며 2002년 시장 개설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ETN의 퇴장 행렬이 두드러지면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 상장지수상품(ETP) 상품은 총 103개로 집계됐다. ETN 상품이 73개로 전체의 74%를 차지했으며 이중 절반이 넘는 43개는 만기 도래에 따른 상장폐지였다. 이전에 발행됐던 물량이 한꺼번에 만기를 맞으면서 폐지가 집중됐다. ETP 종목의 순증 규모는 57개로 최근 3년 평균인 183개에 크게 못 미쳤다. ETF는 83개가 증가한 반면 ETN 종목 수가 26개 감소한 데 따른 결과다.
ETN 상품 개수는 지난해 412개에서 이날 390개로 역성장했다. 올해 거래소에 새롭게 상장된 ETP 160개로 중 ETN은 50종목에 불과했다.
거래 활력에서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ETN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200억 원대로 정체된 가운데 ETF 대비 비중은 꾸준히 내리막길이다. 2022년(5.45%) 이후 2023년(4.95%), 2024년(3.48%)까지 계속 하락했고, 올 8월엔 2.64%까지 위축됐다. 활발하게 거래되는 종목의 쏠림 현상도 큰 편이다. 이달 5일 ETN 전체의 하루 거래대금은 약 1363억 원이었으며 상위 2개 상품인 '미래에셋 인버스 2X 코스피200 선물 ETN'과 '삼성 인버스 2X 코스닥150 선물 ETN'이 약 752억 원을 차지하며 절반 이상이었다. 같은날 전체 390개 상품 중 하루 거래량이 100건 미만인 종목은 170개에 달했다.
이는 ETF와 ETN의 구조적 차이가 투자자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발행해 신탁 기관에 자산을 보관하는 반면 ETN은 증권사 신용을 기반으로 발행된다는 점이 투자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ETN의 활로로 퇴직연금 편입을 요구한다. ETF는 이미 퇴직연금 계좌에서 편입이 활발하지만, ETN은 파생결합증권으로 분류돼 손실률 제한 규제에 막혀 사실상 진입이 차단돼 있다. 실제 퇴직연금에 편입된 종목은 금 현물 기반 ETN 한 종에 불과하다.
다만 업계에선 ETN 부진 원인으로 신용 문제에 앞서 상품 경쟁력 자체를 꼽는다.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두 상품 모두 동일하지만 ETF가 다양한 상품을 확보해 시장의 자금을 흡수했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 선임연구위원은 "두 유형의 상품 모두 운용되는 방식은 사실 비슷하지만 범용성의 측면에서 시장 내 입지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며 "ETN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다양한 투자 수요를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틈새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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