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직원이 기지를 발휘해 10억 원대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의 한 지점 직원이 기민한 대응으로 카드 오배송을 미끼로 한 신종 보이스피싱 시도를 차단했다.
사건은 지난달 24일 신한투자증권 대구금융센터지점과 2000년부터 거래해온 60대 여성 고객 A 씨가 약 2억 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전량 매도하고 같은 금액의 ‘매도증권담보대출’을 급하게 요청하는 전화를 걸면서 시작됐다. A 씨는 “급히 땅을 사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전화를 응대한 박희정 대리는 1년 넘게 거래가 없던 고객이 손실 상태에서 갑작스레 주식을 처분하고 전문적인 금융 용어를 사용하는 점에 의문을 품었다.
박 대리는 보이스피싱 수법과 유사하다고 판단하고 “현재 상담 중이니 10분 뒤 다시 연락드리겠다”며 통화를 마친 뒤 곧바로 고객지원팀에 상황을 공유했다. 고객지원팀은 관련 내용을 염경은 지점장과 소비자보호부에 즉시 전달했고 내부적으로 보이스피싱 대응 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염 지점장이 고객과 재차 통화하며 “보이스피싱 위험으로 금융감독원에 전산 해지 요청을 하고 경찰 확인 전까지는 대출이 불가하다”고 설득한 끝에 A 씨는 최근 본인이 신청하지 않은 신용카드가 발급됐고 카드사 콜센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A 씨는 사기범에게 신분증·계좌번호·비밀번호 등 핵심 개인정보를 모두 넘긴 상태였으며 ‘안전한 계좌’로 자금을 옮겨야 한다는 말에 속아 주식 매도 대금으로 대출을 받고 이를 송금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회사 측은 해당 고객의 계좌를 즉시 지급정지하고 소비자보호부와 협업해 명의도용 휴대폰 점검, 여신거래안심차단서비스 등록, 신분증 재발급 등 후속 조치를 안내했다. A 씨는 이후 “증권사 직원의 빠른 판단 덕분에 주식 매도 자금은 물론 타 금융기관 자금과 지인에게 빌린 돈까지 총 10억 원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깊은 감사를 전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정기 예방 교육, 전산시스템을 통한 이상 거래 모니터링 및 자동 경고, 영업점 단위 실시간 대응 프로세스 구축 등 선제적 대응 체계를 확립하고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해나가고 있다. 염 지점장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고객님께서 ‘목숨을 빚졌다’는 말씀까지 해주셔서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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