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전공의 단체의 요구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의료 정상화’를 강조하며 수련환경 개선 및 연속성 보장을 논의하기 위해 협의체를 꾸리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나 의료사고 법적 부담 문제는 신설 검토 중인 ‘국민 참여 의료혁신위원회’(가칭)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정부가 국민 눈높이라는 기준을 걸기는 했지만 양측이 의정갈등 수습을 위한 대화의 장에 한층 더 가까워진 것으로 관측된다.
보건복지부는 21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대정부 요구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의료체계 정상화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수련환경 개선과 연속성 보장 등을 논의하기 위해 대전협을 비롯해 수련병원협의회, 대한의학회,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참여하는 ‘수련협의체’를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수련협의체를 만들어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등은 “현재 신설을 검토 중인 국민 참여 의료혁신위원회(가칭)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혁신위는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비슷하지만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를 포함시키는 쪽으로 이재명 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협의 기구다. 이 과정에서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에서 의료계 의견 수렴을 포함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대전협의 요구에 대해 수용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공의 등 의료계를 향한 여론이 극도로 싸늘한 점을 고려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의료체계 정상화라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해석된다.
대전협은 앞서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를 위한 현장 전문가 중심의 협의체 구성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 기구 설치를 요구하기로 한 바 있다. 이 중 병역 미필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한 수련 연속성 보장 요구가 복귀를 좌우할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입영을 연기해주거나, 입영 연기가 안 된다면 제대 후 원래 병원으로 복귀해 수련을 이어갈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에게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는 국민 여론이 거센 실정이다. 지난 17일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복귀 특혜 부여 반대에 관한 청원’은 불과 5일만에 3만8000여명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청원 발의자는 “사과나 피해 보상에 대한 언급도 없이 특혜만 부여된다면 국민 정서에 심각한 거부감을 초래할 것”이라며 “지금 원칙 없는 특혜를 허용한다면 향후 정책 추진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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