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코스피 지수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반면, 리츠(RIETs·부동산투자신탁) 투자자들은 강세장에서 소외돼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일반 종목의 주주 환원 확대, 리츠의 잦은 유상증자 등으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탓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개 상장리츠로 구성된 KRX 리츠 TOP10 지수는 이날 769.44에 마감했다. 52주 최고치인 지난해 8월 2일 868.32과 비교하면 11.4% 내린 수준이다. 지수는 새 정부 출범 직전 거래일(6월 2일, 763.47)과 비교하면 0.8% 상승에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7.7% 오른 것과 대조되는 성적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 중 공모가를 웃도는 종목은 코람코더원리츠(417310)와 신한알파리츠(293940) 두 종목에 불과하다. 전날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대신밸류리츠(0030R0)는 상장일 9.6% 하락 마감했고, 이날도 반등하지 못하고 0.11% 떨어져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7~9월 금리 인하 기대감과 증시 불확실성 확대로 리츠 주가들이 크게 뛰었던 만큼 이 시기에 리츠 종목을 신규 매수한 투자자라면 상당한 평가 손실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화리츠(451800)(-14.7%), 신한알파리츠(-7.7%), ESR켄달스퀘어리츠(365550)(-2.3%) 등 상장 리츠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 중 3개 종목의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금리 인하기에는 기초자산 편입 자금 조달 금리가 낮아져 리츠 주가가 강세를 보여야 함에도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건 리츠가 배당주로서의 매력도가 떨어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상장리츠들의 배당수익률은 연 6~8% 수준인데 주주환원 확대 움직임에 일반 기업들의 배당수익률도 이에 못지 않게 높아졌다.
가령 4대 금융지주의 경우 내년 평균 배당수익률이 5%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국내 증시 상황을 고려하면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정부·여당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추진하는 가운데 최근 발의된 관련 법안은 리츠에서 받은 배당을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주가 하락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리츠를 장기 투자할 유인이 떨어지는 셈이다.
잦은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 가치 하락도 리츠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NH올원리츠(400760)는 이날 37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SK리츠도 지난달 약 480억 원을 조달하기 위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통상 리츠는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자본을 확보하고 부동산 등을 매입해 자산을 늘려나가지만 기존 투자자 입장에선 주주가치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11월 한화리츠의 구주주 대상 유상증자 청약률은 77.62%로 청약 미달이 났고, 같은 해 9월 삼성FN리츠(448730) 유상증자 구주주 청약도 1.07대1의 경쟁률로 참여율이 저조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리츠가 배당을 많이 준다고는 하지만 밸류업 정책 등 주주환원을 강조하는 기조로 대체재가 많은 상황”이라며 “투자 매력도가 줄었기 때문에 리츠가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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