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항공업 비수기인 2분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까지 겹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순이익이 늘어난 실적을 발표했다. 전 세계의 교역 위축으로 화물과 여객 매출에 영향을 받았지만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실적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순이익이 개선됐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 3.5% 줄어든 3조 9859억 원, 3990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 세계 주요 국가에 무차별로 부과한 관세 여파가 항공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한항공도 여객 사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 줄어든 2조 3965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화물사업 매출은 4% 줄어든 1조 554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품목·국가별로 부과할 관세율을 여러 차례 번복하고 시기를 변경하며 불확실성을 키웠다. 이 여파로 기업들도 수출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대한항공의 화물 실적도 줄어들었다.
매출액이 하락하면서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지연됐던 신규 항공기들이 도입되면서 감가상각비와 정비비가 증가하며 영업이익 감소 폭을 키웠다.
대한항공은 2분기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당기순이익이 3959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3490억 원)에 비해 13.4% 상승했다. 올해 2분기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순이익을 끌어올렸다. 대한항공은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달러 기준으로 지급되는 외화 부채와 정비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 연료 비용이 줄어들며 순이익이 개선된다. 올해 1분기 1달러당 1500원을 향해갔던 2분기 1300원대로 하락했고 같은 기간 80달러에 근접했던 국제유가도 60달러대로 내렸다. 환율과 유가가 경영에 우호적으로 작용했고 그 결과 순이익이 증가했다.
대한항공은 3분기 하계 성수기에 진입하며 실적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분기 도입된 신규 항공기로 운항 경쟁력이 개선되면서 글로벌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객 수요가 집중되는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노선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화물사업도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노선을 운영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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