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을 10여 년간 이끌어온 60대 최고경영진이 속속 은퇴하고 있다. 젊은 후계자를 일찌감치 선정해 경험을 쌓게 한 후 자리를 넘겨주는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간 팀 쿡 최고경영자(CEO)를 보좌해온 주요 인사들이 회사를 떠나는 가운데 곧 65세를 맞는 쿡의 후계자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8일(현지 시간) 애플은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이달 말 직을 내려놓고 연말 퇴임한다고 밝혔다. 윌리엄스는 “6월 애플 입사 27주년, 경력 40주년을 맞았다”며 “앞으로 친구·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1998년 애플에 입사해 2015년부터 COO를 맡아왔다. 애플 2인자인 윌리엄스는 쿡의 뒤를 이어 CEO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었다. 윌리엄스의 후임자는 2019년부터 운영담당 수석부사장을 맡아온 사비 칸이다. 애플은 “오랜 기간 계획된 승계 절차”라고 설명했으나 관세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악화하는 와중에 이뤄지는 COO 교체가 ‘위기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CNBC는 “애플 공급망이 심각한 압박을 받는 시기에 윌리엄스가 떠나게 됐다”며 “미 정부가 애플이 제품을 조달하는 여러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데다 백악관은 애플에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늘리라는 압박을 공개적으로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지난해에도 C레벨 임원들이 잇따라 사임한 바 있다. 2014년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온 루카 마에스트리는 지난해 말 직을 내려놓고 은퇴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댄 리치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이 은퇴했다.
최근 사임·은퇴한 애플 고위직은 모두 60대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윌리엄스와 마에스트리, 리치오는 1963년생이다. COO를 승계한 칸은 1966년생으로 50대 후반이지만 케반 파레크 CFO는 1972년생,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은 1975년생으로 젊은 편이다.
관건은 1960년생으로 11월에 65세가 되는 쿡의 행보다. 쿡은 2011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14년째 애플을 이끌고 있다. 사실 쿡의 후임 후보군은 몇 년 전부터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테크계는 올해 50세에 불과한 터너스와 크레이그 페더리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 등을 후임자로 지목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터너스가 낙점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관측이다. 쿡은 수차례 사석에서 터너스를 적임자로 꼽아왔다고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터너스는 사내 인망이 높지만 동시에 정치꾼이라는 평가도 받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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