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리튬 가격이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튬은 배터리 기업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데 흑자도 간신히 낼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정부가 공약으로 내놨던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제 리튬 가격은 이달 4일 기준 ㎏당 61.9위안(약 1만1800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11일 69.8위안으로 하락한 이후 석 달 동안 60위안대에서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5월 29일에는 58.5위안으로 2021년 1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2차전지 업계에선 중국 전기차·배터리 공급 과잉으로 인해 업황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비야디(BYD)는 최근 칠레 양극재 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했다. 협약을 체결하던 2022년과 비해 리튬 가격이 크게 낮아지면서 투자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배터리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에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면서 중국 내 국한됐던 배터리 과잉공급 문제가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양극재 업계는 리튬 재고평가 손실로 인해 올 상반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란 관측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엘앤에프의 2분기 영업손실은 527억 원으로 전망됐다. 1분기(1403억 원 영업손실)에 비해 적자 폭을 크게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실적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에코프로비엠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35억 원이었다.
문제는 하반기 실적 회복도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 지원 정책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의회가 대규모 감세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을 통과시키면서 전기차 구매 세액 공제 혜택은 올해 9월 30일 종료될 예정이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 시행으로 북미 전기차 수요 둔화까지 겹칠 경우 국내 2차전지 업종의 실적 컨센서스는 추가적인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차전지 업계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놨던 국내생산촉진세가 조속히 신설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배터리 셀 업계와 달리 대부분의 생산 시설을 국내에 두고 있어 세제 도입에 따른 지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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