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장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200’에 개인 순매수 금액 2400억 원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 호황에 삼성자산운용이 웃는 동안 미국 투자 비중이 높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주춤하는 등 운용사 간 희비도 갈리는 모습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주식형 ETF는 삼성운용의 ‘KODEX 200’으로 2416억 원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13.86% 상승해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면서 국내 주식 투자에 관심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매수한 ‘KODEX 200’에 자금이 집중적으로 쏠린 것이다. 코스피 시장 대표 2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상품으로 국내 최초 ETF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KODEX 200은 국내 주식시장 침체 영향으로 한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한국 증시 부활과 함께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직후 5조 2887억 원까지 줄었던 순자산총액은 지난달 24일 6조 8746억 원까지 늘면서 1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수익률도 크게 개선됐다. 이 대통령은 5월 28일 KODEX 200을 주당 3만 5530원에 매수했는데 이달 3일 기준 수익률이 19.1%에 달한다.
KODEX 200 다음으로 개인들이 많이 산 ETF는 한화자산운용의 ‘PLUS 고배당주(958억 원)’다. 이어 KODEX 증권(872억 원), TIGER 코리아배당다우존스(845억 원), KODEX 200 타겟위클리커버드콜(810억 원) 순으로 자금이 몰렸다. 새 정부의 증시 부양책과 주주 환원 정책 확대 기대감으로 증권 업종에 대한 투자가 집중된 가운데 ‘배당’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어난 결과다.
삼성운용은 개인 순매수 상위 5위권 안에 상품이 3개나 포진하면서 거래 비중도 크게 상승했다. 개인 순매수에서 삼성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5월 29.7%에서 6월 48.9%로 급등했다. 사실상 2명 중 1명은 KODEX로 ETF를 거래한 셈이다. 반면 미래운용은 35.0%에서 18.1%로 후퇴했다.
증시 활성화와 함께 ETF도 순자산총액이 210조 원을 돌파하는 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운용사마다 자금 유입 효과는 차별화되고 있다. 6월 이후 삼성운용 순자산은 4조 6000억 원 증가하면서 미래운용(4조 2000억 원)과의 격차를 조금 더 벌렸다. KB운용 순자산은 9300억 원 늘면서 한투운용(3200억 원)을 제치고 3위로 재등극했다. 올해 초 4위로 밀려난 지 약 반년 만이다. 미래운용과 한투운용 모두 미국 투자 상품에 강점을 갖는 운용사다.
올해 하반기도 관세정책 등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변수와 경기 불확실성 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ETF를 통한 투자 수요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미국 예외주의가 약화하면서 미국 자산 ETF 자금 유입이 지난해 말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하반기도 한국 시장은 글로벌 투자자의 비중 확대 가능성, 정책 모멘텀 등으로 긍정적인 만큼 밸류업과 인공지능(AI) 성장 테마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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