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5·6호기 신설 사업 최종 수주에 성공하면서 K원전 수출 신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베트남 등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인 나라에서도 입찰 참여를 준비하고 있어 K원전의 영토가 더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7일 한수원에 따르면 ‘팀 코리아’는 약 26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세계 원전 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해온 유럽 시장에 한국 원전을 짓는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체코 정부가 향후 5년 내 테멜린 원전 3·4호기도 발주할 경우 한수원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로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4기의 원전이 유럽 시장에 진입할 수도 있다.
두코바니 1~4호기 인근에 새로 건설하게 될 원자로는 한국형 원전의 개량형인 APR-1000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설비 용량은 각 1000MW다. 한국형 원전은 원래 1400MW급인 APR-1400이지만 한수원은 체코 측의 요청에 맞춰 용량을 낮춘 원자로를 새로 설계한 뒤 유럽사업자요건(EUR) 설계 인증을 취득했다. 유럽 당국도 K-원전의 안정성과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이야기다.
한수원은 최종 계약이 체결된 만큼 발주사와 킥오프 회의를 개최한 뒤 최대한 빠르게 사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두코바니에 현장 사무소를 개설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즉시 파견해 필요한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프로젝트에는 한전기술과 한전연료, 한전KPS 등 한국전력공사 산하 자회사들은 물론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한국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다. 준공 목표 시점은 2036년이다.
업계에서는 유럽 외 다른 곳에서도 추가 수주 소식이 들려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중동 국가들이 원전 건설을 진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1~4호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정상 가동 중이라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아프리카에서도 복수의 국가들이 원전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이중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베트남이 원전 건설을 결심하면 한국이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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