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1년 전보다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조선사들의 도크는 이미 선발주 물량으로 가득 차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 중인 관세 전쟁이 중장기화할 경우 무역량이 줄어들며 새로운 선박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며 피크아웃이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66만 CGT(표준선 환산톤수·71척)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5월보다 55%나 급감한 것이다.
올 들어 5월까지 누적 선박 수주량 역시 1592만 CGT, 515척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2918만 CGT)보다 절반 수준에 불과한 규모다. 한국과 중국 모두 1년 전보다 수주량이 각각 35%, 58%씩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 업황을 나타내는 지표인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도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못한 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말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186.69로 4월 187.11보다 0.42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1월 말 189.38에서 꾸준히 하락 중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관세 전쟁이 불러일으키는 경기 침체 등의 효과를 고려하면 조선업계가 우려하는 피크아웃이 도래하는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시킨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물동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글로벌 선사들이 신규 선박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규 선박 발주가 눈에 띄게 줄어들며 국내 조선사들의 연간 목표치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올해 수주 목표치로 180억 5000만 달러를 제시했지만 이 중 38.7%만 달성한 상태다. 삼성중공업(010140) 역시 목표치인 98억 달러 중 27%인 26억 달러 수주에 그쳤다.
미국이 중국 조선·해운업을 대상으로 규제를 강화하며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 조선사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뜸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LNG 프로젝트의 속도가 붙어야 고부가 선박인 LNG 운반선 발주가 늘어나 국내 조선사들이 수혜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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