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뉴욕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무역 전쟁은 완화되는 방향을 나아갈 것이라고 시장이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5.41포인트(+0.08%) 오른 4만2305.4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24.25포인트(+0.41%) 상승한 5935.9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28.85포인트(+0.67) 오른 1만9242.61에 장을 마감했다.
프리덤캐피털마켓의 수석글로벌 전략가 제이우드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의 대화는 무역 갈등의 명확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만약 그들이 상황을 명확히 한다면 시장은 추가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 경신에 대한 전망이 나오겠지만 지금과 같은 공방이 게속된다면 시장의 변동성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증시 상승은 AI기반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코어위브가 데이터센터 임대업체인 어플라이드디지털로부터 총 250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빌려 쓰는 계약을 맺은 영향이 일부 반영됐다고 봤다. 어플라이드디지털은 15년간 70억 달러의 임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어플라이드디티절의 주가는 48.46% 폭등했으며 코어위브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면서 주가가 7.99% 뛰었다. 코어위브에 일부 지분을 투자 중인 엔비디아의 주가도 1.67%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지난달 30일 25%인 현행 철강관세율을 50%로 높이겠다고 발표한 여파로 미국 철강 관련주들은 일제히 상승했다. 철강사 클리블랜드 클리프스는 23.16% 급등했으며 스틸다이나믹스와 뉴코어는 각각 10.32% 10.1% 뛰었다. 반대로 같은 이유로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는 하락했다. 포드의 주가는 3.85% 하락했으며 스탤란티스는 3.5% 내렸다.
이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내부 국제금융국 창립 75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했지만 통화 정책에 대한 지침이나 별도의 경제 전망에 대해선 발언하지 않았다. 다만 로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총재는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금리를 결정하기 위해 관망하겠다는 연준의 기존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는 “고용 시장이 안정적이고 인플레이션이 천천히 낮아지면서 연준의 이중 임무 양 쪽이 리스크 균형을 이루고 있다”며 “통화 정책은 우리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기에 아주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 재고조…양국 정상 통화 성사될까
이날 뉴욕증시는 지난달 30일 이후 불거진 미중 무역 긴장 고조의 여파로 하락 출발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스위스 제네바 회담 이후에도 중국에 대한 차별적 제한 조치를 계속 새로 내놓았다”며 “여기에는 인공지능(AI) 칩 수출통제 가이드 발표, 반도체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판매 중단,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등이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서 “중국이 무역 협정을 위반했다”고 비판한 데 대한 정면 반박이다.
이날 시간이 흐를 수록 주요 지수는 상승했다. 시장이 무역 긴장의 추가 악화 우려보다는 진정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곧 대화를 나눌 것이며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후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미국과 중국의) 두 정상이 이번 주 대화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확인할 수 있다”며 시장의 불안심리를 달랬다.
다만 이 통화가 실제로 이뤄질 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레빗 대변인은 통화가 이뤄질 날자를 밝히지 않았으며 통화가 실제 이뤄질 것이라고 보장하지도 핞았다”고 짚었다. 두 정상 간 통화에 대해 중국 측이 별도의 발표가 없는 가운데 백악관 관계자들만 통화 가능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두 정상이 통화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통화가 이번 주중 성사되지 못할 경우 시장의 불안이 고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관세 본격화 후 美제조업 지수 3개월 째 위축 국면…다이먼 “연착륙 가능성, 보기보다 낮다”
현재 무역전쟁을 둘러싼 시장의 심리가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월가 내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CNBC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EU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을 때나 미국 법원이 관세가 불법이라고 판결했을 때 시장은 비교적 온건하게 반응했다”며 “이는 시장이 무역 전쟁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가정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경제에 대한 낙관론도 경계하란 목소리도 나온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전체가 자만심을 느끼고 있다”며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사람들의 예상보다 낮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이날 ISM이 발표한 미국의 5월 제조업 지수(=구매관리자지수)는 지난 달(48.7)보다 0.2포인트 위축된 48.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48.4) 이후 6개 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다. 미국 제조업 지수는 50보다 낮으면 업황이 위축 국면에 있다는 의미로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증시 상승세와 달리 이날 달러와 미국 국채는 하락했다. 주요 6개국 대비 달러가치는 전날보다 0.65포인트 하락하며 98.68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21일(98.2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 가치 하락과 지속되는 재정 우려가 맞물리면서 미국 국채 10년 물 금리는 이날 3.7bp(1bp=0.01%포인트) 상승한 4.445%에 거래됐다. 국채 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다이먼 회장은 “무역 전쟁의 결과로 채권 시장이 힘든 시간을 겪을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경고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 협상 과정도 거칠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지난달 30일 철강관세를 50%로 높이겠다고 발표하자 다음날 EU 측은 “대응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맞불 관세를 예고했다. EU대변인은 “이는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도출하려는 노력을 훼손한다”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대서양 양쪽 소비자와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EU의 무역수장인 마로시 셰프초비치는 4일 파리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동할 예정이다.
경제는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