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프리미엄으로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상승했던 미국 증시 독주가 올해 막을 내리며 비(非)미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교역국 관세 부과에 적극적으로 대응이 가능하고 내수 부양을 위한 정책 집행 여력을 갖춘 중국·인도 등을 주목해야 합니다."
오혜윤(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 해외비지니스 담당은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관세 부과 우려에도 신흥국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올 초 중국 딥시크의 등장과 이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본격화로 미국 예외주의가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다.
오 담당은 최근 AI·로봇 등 기술 기업 강세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외에 인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인도 증시의 전망이 유망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경기 둔화 우려 탓에 증시 상승세가 다소 꺾이기는 했으나 기초체력(펀더멘탈)은 여전히 탄탄하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올 초 증시 부진으로 밸류에이션(실제 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줄었다고 봤다. 오 담당은 “인도 증시는 현재 다시 매수해 볼만한 가격대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관세 부과 피해도 시장 예상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발표한 인도 상호관세 부과율은 26%로 타 국가 대비 낮은 편이다. 그마저도 향후 협상을 통해 줄어들 여지가 크다. 미국 입장에서 인도는 중국 견제용으로 가치가 큰 데다 자국 원유 수입 비중이 높아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도 내수 경제에서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육박한다는 점도 시장 우려를 덜고 있다.
실제 인도를 대표하는 50개 기업으로 구성된 니프티50지수는 이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전날 기준 2월 말 대비 10% 가까이 오르며 독일 닥스(-2.9%), 중국 상해종합(-0.71%), 일본 닛케이(-5.70%) 등 주요국 대비 월등한 수익률을 자랑했다. 같은 기간 인도 센섹스지수도 9% 넘게 올랐다.
오 담당은 미국이 자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추진 중인 ‘리쇼어링(해외 생산 기지의 국내 복귀)’도 인도 증시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 시설 이전 완료까지 최소 수년의 시간이 필요한 데다 미국의 높은 인건비 부담으로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도 증시 상승세를 전망하면서도 관세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는 경기 소비재 같은 내수주 중심으로 투자할 것을 권고했다. 국민 소득 증대에 따른 중산층 인구 성장을 감안해 가전과 자동차 업종을 눈여겨보라는 조언도 남겼다. 인도 경기 소비재 업종을 주로 편입하고 있는 ‘ACE 인도컨슈머파워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는 올 2월 말 대비 5.8%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헬스케어도 추천 업종으로 지목했다. 중산층의 소득 증대에 따라 헬스케어 관련 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인도 최대 종합병원 체인 아폴로병원의 주가는 전날 기준 7088.50루피로 올 2월 말 저점(6052.60루피) 대비 17% 넘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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