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 시장이 향후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시사에도 약세를 보였다.
17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전날만 해도 강세를 보이던 채권 시장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이 시작한 11시 10분 이후 되레 단기물 위주로 상승하며 약세를 나타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34%포인트 오른 연 2.385%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는 연2.645%로 0.016%포인트 상승했다. 20년물은 연 2.579%로 0.013%포인트 올랐다.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0.026%포인트, 0.025%포인트 상승해 연 2.490%, 연 2.35%를 기록했다.
유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금리 상승에 대해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한국 경제의 하방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모호함을 유지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날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75%에서 동결했다. 이날은 이례적으로 성장률 중간 점검에서 나서면서 경기 하강 우려에 강력한 경고음을 울렸다.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 0.2%를 밑돌 것으로 추정했는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한은의 중간 점검을 통해 시장의 충격을 줄이고,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고있다.
언급된 숫자만 놓고 보면 비둘기파적 회의이지만, 이날 기자간담회 내용을 매파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날 간담회에서 향후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을 우회적으로 피해나가면서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폭에 대한 질문에 "5월 경제전망 때 (성장)폭이 얼마나 낮아질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는 전망에 대한 베이스라인도 못 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 관세정책 변화, 정부 경기부양책 추진 등 경제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금리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패를 많이 보이지 않은 비둘기파적인 회의라고 본다”면서 “향후 최종금리가 2%일지, 2.25%일지에 대한 답을 확실히 내놓지 않았다”고 풀이했다.
한편, 이날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요건으로 △미국 관세정책 향방 △미국의 통화정책방향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다시 말해 앞으로 환율이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날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8원 내린 1418.9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예상대로 끝난 금통위 결과가 끼친 영향력은 제한적이었지만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약달러로 환율이 내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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