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에 인공지능(AI)발(發) 활황이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시를 이끌던 ‘매그니피센트7(M7)’ 주가는 일제히 폭락하며 하루 사이 1조 달러가 증발했고 그간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어가던 ‘거대 기술기업(빅테크)’들은 불투명한 시황에 데이터센터 투자를 중단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반도체가 최종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부품’이라는 특성상 간접적 타격을 피할 수 없는 만큼 투자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이어진다.
3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M7의 시가총액은 1조 달러(약 1435조 원) 넘게 증발했다. 주요 반도체 기업을 추종하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또한 9.88% 하락했다. AI 주도주들의 낙폭이 커 엔비디아가 7.81%, 브로드컴이 10.51% 내렸다. 서버 업체인 HPE가 15.24%, 델이 18.99% 폭락해 낙폭이 더욱 컸다는 점이 주목된다. AI 가속기 임대 사업으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코어위브 역시 12.32% 급락했다.
주요 클라우드 업체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해당 기업들에 타격을 줬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2위 클라우드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전역에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시카고, 위스콘신주에서는 확장 계획이 중단됐고 영국에서는 부지 임대 협상을 철회했다. 인도네시아·호주 등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코어위브와 어플라이드디지털 등 협력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공개적으로 MS와의 협상이 어그러졌음을 언급했다. 아브히세크 싱 에베레스트그룹 파트너는 “빅테크가 AI 인프라와 소비자 기술 분야에 대한 단기 지출을 줄이고 부품이나 장비 공급망을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짚었다.
데이터센터에는 반도체 외에도 수많은 전자장비들이 투입되는 데다 대다수가 미국 밖에서 생산되는 만큼 비용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번스타인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4780억 달러에 달하는 전자제품을 수입했다. 데이터 처리 관련 제품은 2000억 달러 상당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멕시코와 대만·중국·베트남에서 들여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반도체가 관세 면제 대상이 되더라도 관련 산업은 영향을 피할 수 없다”며 “반도체는 직접 거래보다는 전자제품의 부품으로서 배송되고 미국산 반도체조차 해외에서 보내진 후 최종 조립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발표된 오픈AI와 소프트뱅크·오라클의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도 차질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로 예정된 미국 내 투자액은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에 달한다. 길 루리아 DA데이비슨 분석가는 로이터에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장비 가격이 상당히 오를 것”이라며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할 때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채무 조달을 통해 목표 금액을 달성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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