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전장 부품 호황에 힘입어 매출 10조 클럽에 오른 삼성전기(009150)가 올 해 자동차 카메라용 하이브리드 렌즈 양산에 돌입하고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소형 전고체전지 시제품을 공급하며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1년 12월 장덕현 대표 취임 이후 진행한 고부가 제품 중심의 체질 개선 노력이 결실을 맺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올 해 실리콘 캐패시터 대량 생산을 개시한다. 반도체용 전원 부품 캐패시터의 소재를 기존 세라믹 대신 실리콘으로 대체했는데 반도체 패키지를 더 얇게 설계할 수 있고, 고온·고압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성능을 유지한다. 지난해 샘플 공급에 성공한 삼성전기는 올 해 본격적으로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용과 AI서버용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전장 카메라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 받는 하이브리드 렌즈도 의미있는 성과가 예상된다. 플라스틱과 유리 렌즈의 장점을 결합한 이 렌즈는 고온과 흠집 등에 의한 변형에 강하고 카메라 소형·경량화에 유리하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링(SVM)과 운전자모니터링시스템(DMS)용 렌즈를 대량생산해 시장 선두 주자로 도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지 내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전고체 전지는 웨어러블 등 소형 정보기술(IT) 기기 내 리튬 전지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올 해 양산설비 투자를 시작해 내년 이후 적용 제품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또 반도체 패키징 성능을 개선해 인공지능 칩과 같은 고성능 반도체를 구현할 수 있는 유리기판 양산 목표 시점을 2027년으로 잡았다.
장 대표는 취임 이후 사업구조를 고부가제품으로 바꾸는 작업에 매진했는데 올 해를 기점으로 전장·로봇·AI·에너지 등을 뜻하는 'Mi-RAE' 신사업에서 결과물이 나오는 셈이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AI서버와 자동차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수요 강세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6%, 11% 증가한 10조2941억원, 7350억원을 기록했다. 10조원대 매출은 창사이래 처음이다. MLCC 등 수동소자 생산량은 지난해 1조18억개로 2021년(1조2188억개) 이후 3년 만에 다시 생산량 1조개대에 재진입했다.
올 해 역시 AI서버 투자가 늘고 자동차의 전장화 흐름이 계속돼 실적 개선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신사업 분야 양산이 차례로 시작돼 삼성전기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탔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배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MLCC와 고성능 반도체 기판 ‘FC-BGA’ 경쟁력에 실리콘 캐패시터, 유리기판 등 다양한 성장잠재력을 갖춰 업계 내 경쟁 우위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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