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진 그린다에이아이 대표는 지난 해 인공지능(AI) 전문 경력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 수개월 동안 전전긍긍하다가 해외 개발자 채용에 눈을 돌렸다. 강 대표가 관심을 가진 인력은 인도 개발자. 인도가 정보기술(IT) 강국인데다 인도 출신 소프트웨어(SW) 인력 채용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강화됐다는 소식을 듣고 구인에 나선 끝에 5년차 인도 AI 개발자를 뽑는 데 성공했다. 강 대표는 “비슷한 경력의 개발자를 채용할 때와 비교해 인건비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데다 업무 능력도 뛰어나 매우 만족하고 있다”면서 “해외 진출을 위한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도 유리해 추가로 해외 개발자를 고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벤처 업계의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인도 개발자가 주목받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중급 이상 실력을 갖춘 인재를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이 협회가 진행한 ‘해외 우수 SW개발자 채용연계 사업’에 총 1만5714명의 인도 구직자가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희망 연봉은 2193만 원이었다. 협회가 해당 사업을 시작한 첫해부터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벤처기업 358개사가 매칭 신청을 했고 최종적으로 41개사가 총 206명의 인재를 채용했다. 이들 개발자는 경력 3년 이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AI는 물론 모바일, 프론트엔드, 백엔드 등 다양한 분야를 전문으로 한다. 특히 206명 중 201명은 한국에 직접 오지 않고 인도 현지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원격 채용 형태로 비자 발급 등 번거로운 절차 없이 신속하게 기업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나머지 한국에 체류하는 인도 개발자 5명은 비자 발급, 초기체류 비용 등을 지원받았다. 스타트업 맘스테이의 경우 지난해 7월 처음 인도 개발자를 원격으로 채용한 뒤 국내 체류 고용 형태로 전환했다. 이후 2명을 추가 채용하기도 했다. 이승원 맘스테이 대표는 “4년차 인도 개발자와 같이 업무를 하면서 뛰어난 업무 역량과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아 한국 근무를 제안했다”면서 “중소·벤처기업으로서는 해외 인력 채용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채용연계 사업을 통해 인재 채용부터 국내 체류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협회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도공과대학(IIT) 동문재단과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또 인도 현지에서 설명회를 통해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홍보했으며 노이다(뉴델리)·벵갈루루 지역에 조성한 데스크를 통해 1000건 이상의 문의에 대응했다.
협회 관계자는 “전(前) 주인도대사, E-7 비자 전문 행정사 등 인도 SW인재 채용 지원을 위한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전문 자문단을 출범해 분기별로 정기 위원회를 열었다”면서 “이를 통해 인도 인력의 채용연계 과정, 채용 이후 한국 시스템 및 문화에 대한 적응 환경 조성, 비자 제도, 벤처기업의 인도시장 진출 및 벤처캐피털(VC) 연계까지 여러 분야에서 사업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벤처 업계에서는 국내 인력만으로는 구인난을 해소하기 어려운 만큼 해외 인재 채용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AI·클라우드·빅데이터·나노 등 4개 신기술분야에서 약 5만12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협회 관계자는 “올해에도 국내 벤처기업들의 소프트웨어 인력 구인난 해소와 글로벌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벤처기업의 편이 돼 우수한 인재 수혈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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