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조선·방산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대변되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 속에 대부분 업종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선과 방산만은 수혜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 전 두 차례에 걸쳐 한국 조선업에 ‘러브콜’을 보냈다. 미 의회도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을 발의하며 미 조선업 재건을 위한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 조선 업계는 우선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주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미 MRO 시장은 연간 20조 원 규모에 달한다. 한화오션(042660)이 지난해 두 척의 계약을 따냈고 올해부터는 HD현대중공업(329180)도 수주전에 참여한다.
일각에서는 국내 조선사의 미 군함 건조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번즈-톨레프슨 수정법은 미 군함의 해외 건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미 대통령은 이를 유예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 해군은 현재 295척(2024년 기준)인 군함 수를 2054년 390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노후화된 군함 퇴역까지 고려하면 30년간 총 364척을 새로 건조해야 하는데 조선 산업 기반이 무너진 미국으로서는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다. 한화오션은 이미 미 북동부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HD현대중공업도 “미국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안보 무임승차론’은 방산업에 활기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기자회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지출을 현 국내총생산(GDP) 2%에서 5%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경찰’ 역할을 내려놓고 각국에 안보 비용을 전가함으로써 개별 국가의 자체 무기 구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K9 자주포와 K2 전차를 필두로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 방산 수출국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라며 “각 국가의 방위비 지출 증가는 우리에 수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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