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체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친환경 모빌리티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구조적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페셜티(고부가 화학제품)’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주요 국가들이 친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연간 수십조 원 규모로 커지고 있는 친환경 소재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다.
20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011170) 첨단소재사업부 모빌리티본부는 전기차용 친환경 소재를 다수 개발하고 있다. 차량용 내외장재 등 소재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재활용 방식으로 생산하는 등의 친환경 공법을 연구·개발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제품군과 개발 결과는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GS칼텍스도 기계적 재활용 방식으로 생산한 플라스틱을 활용해 자동차 내외장재를 제작하고 있다. 현대차·기아(000270)와 도요타 등 해외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소재 업체에도 재활용 플라스틱을 공급하는 등 외연을 확장하는 중이다. 기계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에 물리적 힘을 가해 잘게 자른 뒤 이를 다시 합쳐 재활용하는 전통적 방식이다. SK케미칼(285130)도 최근 기아의 친환경 소재 적용 실험 모델인 EV3 스터디카에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부품 6종을 공급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친환경 모빌리티 소재 개발에 힘을 쏟는 것은 이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동차 내외장재에는 금속 같은 소재가 사용됐지만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 경량화가 필수인 전기차가 대중화되고 있는 등의 추세가 지속되면서 모빌리티용 소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시장조사 기관 리서치네스터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용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2023년 295억 4000만 달러(약 43조 원)에서 2036년 592억 5000만 달러(약 86조 3000억 원)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유럽연합(EU)이 폐차규제(ELV)를 강화하면서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으면 새 차를 만들 수 없도록 규정하면서 친환경 모빌리티 소재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ELV에 따르면 2030년부터 신차를 제작할 때 재활용 플라스틱을 최소 25% 사용해야 하고 이 중 25%는 폐차에서 나온 소재를 재활용해야 한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재활용 플라스틱 공급망을 갖추기 위해 석화업체와의 협력 강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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