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17년 12월 비트코인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쓴 적이 있다. 그 해 연말 2만 달러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하며 7년 사이 5배 급등했다. 수년간의 가격 급등락을 보이며 대다수 사람들이 투기라고 외면한 비트코인이 결과적으로는 최고의 수익률을 보인 것이다.
2021년 9월에는 우주 산업에 대한 글을 썼었다. 우주왕복선 폭발 이후 대중들이 아예 관심을 갖지 않았던 파트였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우주여행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계기였다. 투자 관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 것은 스페이스X라는 기업의 시장 가치가 매년 상승하고 있다는 대목이었다. 2020년 기준 500억 달러에 불과했던 가치가 불과 1년 만에 2배 이상 상승했었다. 적자투성인 비상장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100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당시로서는 과도하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그 스페이스X의 가치는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3500억 달러(약 516조 원)로 평가받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가속화한 우주선 발사 기술의 혁신이 스페이스X의 가치를 높이고 있었던 것이다.
2016년 3월에는 이세돌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국에 대한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했었다. 필자는 당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놀라움보다 그저 인간이 패했다는 아쉬움만 잔뜩 늘어놓았다. AI 기술은 수십 년 후에나 실현될 것으로 생각했던 탓이다. 당시 알파고의 하드웨어 스펙을 보면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탑재된 시스템이었다. 기존의 중앙처리장치 CPU가 아닌 GPU의 병렬처리 방식 채택은 AI의 연산 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울 수 있었던 핵심이 됐다. GPU 시장을 과점한 엔비디아 주식이 지난 10년간 2만%가 넘는 상승률을 보인 배경도 우리가 미처 몰랐던 기술적 변화는 아니었다.
오픈AI가 ‘챗GPT’라는 대화형 인공지능 모델을 발표한 지 불과 2년도 되지 않은 현재 생성형 인공지능은 기대 이상으로 우리들 일상에 스며 들었다. 이제 인공지능이 사물을 인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긴다. 대화와 번역은 물론 노래를 만들고 이미지를 생성하며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스케줄도 알아서 처리해 준다.
기술 혁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 기술 혁신에 연간 약 8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주요 경쟁사인 구글, 아마존, 메타 등도 막대한 투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현기증이 날 만하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과거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비해서도 너무 빠르다 보니 분석이나 이해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것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하지만 투자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기회들이 훨씬 더 많아졌음을 인지해야 한다. 최소한 가속화하는 기술의 파급력에 대한 상상은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기술의 속도와 확산이 줄어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과거 불가능하거나 공상에 불과했던 기술들이 현실이 되어 우리들 삶의 방식마저 바꾸고 있다. 진정 투자 수익을 원한다면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고 한다.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불편한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큰 물결로 산업과 사회를 바꾸는 새로운 기술의 가속화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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