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국가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가 9일 “국회에 야당만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보고받아야 하는 의무가 있는 국회가 보고는 받지 않고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교수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전기본 실무안은 국회 보고를 하고 국회가 문제 제기를 하고 싶다면 의견을 제시해서 절차에 따라 내용을 수정하면 된다”며 “그동안 국회에서 보고를 받아주지 않아 진척이 없었는데 내용을 바꾸면 보고를 받아주겠다는 것인가. 지금 상황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 입장에서는 일을 해야겠으니 야당에 이런 내용이면 괜찮겠느냐는 식으로 접근한 것 같다”며 “만약 국회 동의권이 있는 사안이라면 이런 식으로 일하는 게 맞지만 전기본은 보고 사안이다. 보고받는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끌어서 마치 동의권처럼 행사하게 된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에서 전기본을 만들 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개정안도 낸 것 같던데 만약 국회 의견을 관철하고 싶다면 그 법을 통과시켜서 12차 전기본에 반영해도 될 일 아니냐”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야당이 전기본을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모습 역시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는 “여당의 의견도 있을 수 있다”며 “절차대로 국회에 공식 보고하고 여야가 각자 의견을 내고 그것을 전력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해 최종안을 내면 되는 일인데 이렇게 된 것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한 발 물러서 협의를 한 데 원인이 있지만 결국 국회가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권력 기관은 정부가 아니라 국회”라며 “에너지 3법도 국회 통과를 못 하고 있는데 보고받아야 하는 국회가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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