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인공지능(AI)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규모(스케일링)의 법칙’에 물리적 한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AI 발전 속도가 지체 없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그는 과거 학업과 업무를 위해 컴퓨터를 배워야 했듯 다음 세대는 AI를 배워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피력했다.
황 CEO는 7일(현지 시간) 미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루 호텔에서 열린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아는 한 AI 규모의 법칙에 물리적 한계는 없다”며 “무어의 법칙은 예전보다 느려졌지만 시스템 전체의 연산 능력은 비용 감소와 함께 매년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AI 규모의 법칙은 학습에 쓰이는 연산량 투입과 비례해 생성형 AI 성능이 개선되는 모습을 뜻한다. 규모의 법칙이 꾸준히 성립한다면 이론적으로 현 AI 모델에 연산량을 늘리는 것 만으로 ‘초지능’을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연산량과 학습 시간을 늘려도 AI 성능이 정체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이는 오픈AI GPT-5 출시가 지연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무어의 법칙은 1~2년마다 반도체 집적도가 2배씩 늘어난다는 인텔 공동창업자 고든 무어의 발견에서 나온 용어다. 무어의 법칙이 꾸준히 작동한다면 반도체 성능의 기하급수적인 개선과 가성비 개선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으나, 최근 들어서는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달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황 CEO는 무어의 법칙, 즉 반도체의 단위면적 당 성능 개선 속도는 느려졌으나 세계의 연산량 총량은 이와 관계 없이 증가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모든 시스템에 모든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도록 돕는 칩셋간 연결 기술이 발전 중이고 연산 능력 발전에 따라 단위 성능에 대한 비용도 꾸준히 줄어들 것”이라며 “머신러닝이 이뤄진 배경에는 지난 20년간 컴퓨팅의 한계 비용이 100만 배 줄었다는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AI 발전에 한계가 없다면 인간을 뛰어넘는 초지능의 탄생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황 CEO는 AI 초지능 그 자체는 가장 뛰어난 인간과 다를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초지능이라는 개념은 특이한 게 아니다. 난 이미 회사에서 각 분야에서 초지능을 지닌 사람들과 일하고 있다”며 “AI가 발전하면 각 분야의 초지능이 항상 당신을 위해 존재하게 된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모든 업무에 AI가 도입돼 학교에서 컴퓨터 대신 AI를 배워야 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황 CEO는 “나는 연필과 종이, 계산기를 사용하던 구세대와 달리 학업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첫 세대였다”며 “현재 모든 학습과 업무를 컴퓨터로 하듯 미래 세대는 모든 작업에 AI를 쓰게 되고, 따라서 학교에서 컴퓨터 사용법 대신 AI 사용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황 CEO는 전날 CES 2025 개막 키노트에서 로봇 생태계 장악을 위한 코스모스 플랫폼을 선보였다. 황 CEO는 생성형 AI가 비서형 AI로 발전한 후 로봇 등 물리적 AI로 나아간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초지능을 지닌 로봇이 인간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 CEO는 이러한 우려를 “로봇은 당연히 인간과 함께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인간이 로봇을 (해롭지 않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라며 “기술은 여러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기계는 기계일 뿐이고, 해로운 것은 인간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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