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2개 분기 연속 실적 전망치를 하회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정보기기(IT) 전방 업황이 악화하면서 반도체 매출과 이익이 하락한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75조 원, 영업이익 6조 5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5%, 영업이익은 130.5% 증가했다.
다만 기존 증권업계 실적 전망치였던 8조 원대를 크게 밑도는 영업이익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에도 증권가 가이던스(10조 7717억 원)를 밑도는 9조 1834억원 영업이익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이번 어닝쇼크 역시 3분기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의 캐시카우인 반도체 사업 부진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인공지능(AI)과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견조하지만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며 삼성전자의 주력인 범용 D램 업황은 주춤하고 있다. 중국발 범용 메모리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한 것도 한몫을 했다.
이날 사업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는 설명자료를 내고 “메모리 사업은 PC와 모바일 중심 범용 제품 수요 약세 속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4분기 메모리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면서도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비 증가 및 선단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 비용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를 비롯한 비메모리 사업에서도 적자 등 고전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사업은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수요 부진 가운데 가동률 하락 및 연구개발비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비롯한 디바이스경험(DX) 사업에서도 어려움이 이어졌다.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 및 업체 간 경쟁 심화로 DX부문에서도 실적이 감소했다는 것이 삼성전자 설명이다.
증권가에선 한동안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크게 회복되지 않으며 삼성전자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세트 업황 둔화와 구형(레거시) 메모리 공급 과잉, 파운드리 가동률 하락, 주요 고객사향 HBM3E 공급 시점 지연 등 기대보다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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