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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클리프, 4% 인상…명품업계, 새해 연이은 가격 조정

에르메스·펜디·샤넬·롤렉스 등 연초 인상

고환율에 금 가격 등 원부자재 가격 비싸

"인상 전 구매" 오픈런 행렬 다시 벌어져

소비 양극화 심화…'속물 효과' 심리 자극





새해 들어 명품 브랜드들이 연이어 가격 인상에 나섰다. 해가 바뀔 때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 위치한 명품업체 본사들이 원자재 가격과 국가별 환율 등을 고려해 가격 조정에 나서는데 올해는 유독 가격을 인상하는 브랜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까지 넘보면서 일부 브랜드의 경우 과거보다 가격 상승 폭이 더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8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명품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앤아펠은 이날 하이주얼리를 제외한 전 품목의 가격을 평균 3~4%씩 올린다. 일부 품목은 10%까지도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샤넬 역시 9일 가방, 지갑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 올린다. 에르메스는 3일부터 가방, 의류, 장신구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10% 이상 인상했고 펜디 역시 일부 제품의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빈티지 알함브라 브레이슬릿, 모티브 5개. 사진제공=반클리프앤아펠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계열 명품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도 2일부로 일부 제품 가격을 10% 안팎 올렸다. 롤렉스는 인기 모델 가격을 약 6%씩 조정했다. 브라이틀링은 20일 전 제품의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연초부터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환율이 치솟은 데다 금값마저 급등했기 때문이다. 7일 기준 국제 금 가격은 온스 당 2649.3달러로 1년 전(2083달러) 보다 27.2% 상승했다.



내수 부진에 탄핵 정국으로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는데도 명품 브랜드들은 ‘살 사람들은 산다’는 생각에 가격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경기 침체 영향으로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실적이 악화했지만 오히려 가격 인상으로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루이비통 등을 보유한 LVMH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아시아 매출이 급감하며 역성장했으며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의 지난해 자산 가치는 무려 310억 달러(약 45조 원) 감소했다. 구찌·발렌시아가 등을 운영하는 케어링 그룹과 까르띠에·반클리프앤아펠 등을 보유한 리치몬드 그룹의 아시아 태평양 매출 역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메스 버킨백. 사진제공=에르메스


국내의 경우 명품 매출이 늘고는 있지만 증가율은 둔화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004170)백화점의 명품 매출 증가율은 2022년 각각 22.8%, 25%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각각 5%, 6.2%에 그쳐 전년에 이어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명품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백화점 매장을 운영 중인 20개 브랜드 가운데 펜디, 구찌, 버버리 등 11개 브랜드가 지난 해 상반기 역성장했다. 반면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디올은 각각 20%, 3%, 2%씩 성장했다.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 소식에 미리 구입하려는 고객들의 ‘오픈런’ 현상도 다시 나타났다. 지난 주말인 4일 서울 강남의 백화점 반클리프앤아펠 매장 앞에는 오픈 직후 34팀이 대기하기도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 브랜드들은 부자들이 아무나 살 수 없는 명품을 선호하는 ‘속물 효과(snob effect)’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라며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고물가 시대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고가의 명품이 부자를 구별하는 일종의 ‘도구’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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