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7일 장중 20원 가까이 떨어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 변화 가능성에 달러화의 힘이 빠진 데다 국민연금의 환 헤지 영향에 환율 수준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6.2원 내린 1453.5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은 9.4원 하락한 1460.3원으로 출발한 뒤 하락 폭이 더 커져 오후 1시 35분께는 19.9원 내린 1449.8원을 기록했다.
달러 약세로 인한 환율 하락세는 전날 새벽장부터 시작됐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보편관세 공약을 일부 핵심 품목에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결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8.24로 전거래일 대비 0.64% 떨어졌다. 이 기간 달러화 대비 원화와 유로화가 0.66%, 0.8%씩 절상된 반면 엔화와 위안화는 각각 0.23%, 0.09%씩 절하돼 대조를 보였다.
아시아 통화 중에서는 원화만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어 원·달러 환율 반락에는 국내 요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 등 당국의 예고대로 국민연금의 환 헤지 물량이 일부 출현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전날 야간장에서의 원·달러 환율 하락은 달러 약세 요인이 큰 반면, 그 여파를 다음날까지 이어온 힘은 환 헤지 물량이 풀린 영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호조를 보인 것도 환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날 코스피가 1%대 상승하면서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3거래일 연속 이어졌다.
원화가 크게 오르기는 했지만 추세적인 반등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정책 변화 가능성에 “가짜뉴스”라고 반박한 만큼 위안화 약세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프록시 통화 중 하나인 원화 가치도 동반 충격을 받는다. 이 때문에 국내 주요 외환 전문가들은 주간 원·달러 환율 하단을 여전히 1450원대로 두고 있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외신 보도 이후 트럼프가 모든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를 시장에 재확인시켰기 때문에 강달러 불씨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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